인생 2막을 준비하려 선배 퇴직자 찾아다니다 책까지 출간…“배우려면 두려움 없어야”

2025-02-24

몸소 부딪혀야지만 알 수 있는 세계가 있다. ‘인생 2막’도 그렇다. 미리 경험할 수 없다면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를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김부규(59) 씨는 퇴직을 앞둔 이들이 길잡이로 삼을 사례집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인생 2막을 먼저 시작한 100명의 선배를 인터뷰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김 씨는 2015년 퇴직 준비를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 정년까지는 10년이 남아 있었지만 선배들이 “퇴직 준비는 10년 전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한 터였다. 주말마다 도서관을 찾아 퇴직과 노후 준비, 재취업에 관한 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읽어 내려가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그의 눈을 번쩍이게 하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도서관을 찾은 지 2년 만이었다. 퇴직 후 프랜차이즈 피자 가게를 창업한 중장년이 쓴 그 책에는 자영업자가 보내는 하루하루의 치열한 일상이 담겨 있었다.

“‘내가 찾던 게 바로 이거다’ 싶더군요. 퇴직 후 인생 2막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실제 사례가 궁금했는데, 그때만 해도 그런 내용은 찾기가 힘들었어요. 답답했지요. 누군가는 나처럼 이런 사례를 원할 것 같았어요.”

그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인생 2막을 개척한 퇴직자의 사례를 직접 발굴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글쓰기가 낯설었던 그는 지역 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수강하고, 인터뷰 요령을 공부하며 인터뷰어가 되기 위해 1년간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그렇게 2019년 그의 퇴직자 인터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김 씨의 첫 인터뷰 대상자는 퇴직 후 화물운송업을 하는 지인이었다.

“화물차 옆자리에 앉아 인천의 한 사료 공장에서 25kg짜리 사료 50개를 싣고, 다시 차를 타고 충남 아산시에 있는 축산 농가로 가서는 직접 사료를 내렸어요.”

그는 인생 2막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몸으로 부딪쳐 봐야 한다는 주의다. 그래서 그의 인터뷰는 ‘체험 삶의 현장’을 방불케 한다고. 현장감을 살려서 글을 전달할 기회가 되기도 해 양봉장과 고추 농장 등 경험할 수 있다면 최대한 직접 찾아가 일손을 도우며 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가 가장 정성을 들이는 부분은 인터뷰이 섭외다. 지인을 섭외하거나 소개받기도 하지만 궁금한 직종이 있다면 수소문해 발굴하기도 하고, 길을 가다가도 관련 인물이 눈에 띄면 주저하지 않고 섭외를 시도한다. 우연히 ‘산야초 팝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붙인 사진관을 발견하고는 무작정 들어가 ‘약초꾼으로 전직하시냐’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름이 알려진 작가도 아닌 데다 기자 직함이 찍힌 명함 한 장도 없으니 거절당하기 일쑤. 그는 클리어 파일에 인터뷰 기사를 하나하나 출력해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6년간 카페, 철학원, 화물운송업, 양봉업, 귀농, 사회복지사, 시설 경비원 등 총 52명의 인생 2막 개척자를 만나 52가지의 직업 세계를 탐구했다. 그 결과물이 2022년에 출판한 ‘퇴직, 두렵지만 희망은 있다’이다. 그는 이를 개정해 ‘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도 출판했다.

김 씨가 만난 52명의 퇴직 선배에게서 공통으로 찾을 수 있는 인생 2막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인맥 관리입니다. 현직에 있을 때 도움을 준 사람을 퇴직 후 길에서 우연히 만나 일감을 받은 분이 있어요. 지인의 추천을 받아 면접도 없이 재취업한 경우도 있고요. 모든 순조로운 재취업 뒤에는 인맥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생산적인 취미를 만들라입니다. 제가 인터뷰했던 분이 퇴직하고 탁구, 낚시, 산악 자전거, 골프를 즐기며 여유롭게 생활했는데 4년을 그렇게 보내니 허무하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양봉 교육을 5개월 수강했는데 그 활동이 너무 좋았답니다. 그게 창업으로 연결됐지요.”

그가 항상 성공 사례만 접하는 건 아니다. 성공 사례만큼이나 아직 고군분투하는 중장년도 적지 않다. 중장년에게 재취업이란 생계 수단이자 존재의 가치를 느끼는 수단이므로 사회가 나서서 중장년의 재취업 문제를 함께 도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내일배움카드로 열심히 기술을 배웠는데 45살이라고 밝히니 나이가 많다고 취업이 안된 분이 계셨어요. 중장년 재취업 루트는 인맥형과 자격증을 취득해서 재취업하는 ‘맨 땅에 헤딩’형이 아니면 창업 밖에 선택지가 없거든요. 그분도 ‘창업 밖에 길이 없나’ 그런 생각을 했대요. 결국 창업했고, 성공도 했지만 창업이라는 게 모두에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또 중장년의 재취업을 도와주는 기관이 많은데, 그걸 모르는 중장년이 생각보다 많아요. 홍보도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정말 많은 중장년이 재취업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이걸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됩니다.”

올해 말 퇴직을 앞둔 김 씨, 아직 인생 2막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출판과 관련 강의로 길을 찾았으니 퇴직 준비의 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런 그의 조언은 무엇일까.

“인생 2막의 경로를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관심 분야의 책을 읽는 겁니다. 책에 길이 있어요. 저도 책을 읽고 영감을 받았어요. 저는 현직에 있으며 준비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충분히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휴대폰에 여러 어플을 다 설치해 봅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키오스크도 마찬가지고 인스타, 엑스(구 트위터) 등도 다 다룰 수 있어요. 배우려면 두려움이 없어야 해요. 일단 해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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