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살던 경구 아저씨 덕에 연기 시작…직접 연기해가며 보여준 희원 선배 디렉션 감동이었죠
배우 김민하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말하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으면 무슨 사연이라도 담긴 듯하지만, 환하게 웃으면 또 햇살보다도 상큼한 매력을 전달한다. 매 작품 속, 그는 늘 묘하다.
“연기할 땐 많이 고민하지만 계산하진 않아요. 현장에서 본능을 따르는 편이라 순간에 집중하고 상대 배우에게 집중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감정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준비할 땐 ‘인간 김민하’에게서 힌트를 찾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한 뒤, 현장에선 모두 내려놓고 90% 본능적으로 연기하곤 하죠. 힘들지 않냐고요? 체력이 좋은 편이라서 그냥 따뜻하게 누워있으면 회복돼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고 휴대폰 게임만 잠시 하면 복구되는 거죠. 하하.”
김민하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OTT플랫폼 디즈니+ 시리즈 ‘조명가게’로 돌아온 소감, 촬영기, 그리고 설경구와 깜짝 인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강풀 작가의 팬, 함께 작업한다니 신기했죠”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삼는다.
“고등학교 때부터 팬이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업로드되길 기다리면서 ‘조명가게’를 봤거든요. 그땐 강풀 유니버스에 제가 들어올 거라곤 전혀 상상도 못 했는데, 10년 넘는 세월이 흘러 배역을 제게 준다고 하니 참 신기했어요. 한편으론 정말 이야기의 힘이 강력하니 이렇게 시리즈화가 되어 내가 연기할 기회도 주어지는구나 싶기도 했고요. 강풀 작가가 ‘김민하가 연기해줘서 기쁘다’고 해줬을 땐 정말 감사했다니까요.”
그는 이 작품에서 ‘선해’ 역을 맡아 동성의 연인인 혜원(김선화)과 먹먹한 이야기를 그린다.
“연기하면서 그런 질문을 하게 되더라고요. 만약 ‘선해’처럼 사후세계에 너무나도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이승보다 사후세계를 택할까. 나에게 그런 용기가 있을까. 엄청난 선택의 기로잖아요. 선해를 연기하면서도 무슨 마음으로 이런 선택을 할까 고민하면서 몰입했고요. 아마 저라도 선해와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 사랑, 중요하잖아요.”
이 시리즈로 감독 데뷔한 배우 김희원에 대한 존경심도 표현했다.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중요한 감정 씬에서는 김희원 감독이 먼저 나서서 연기를 보여주면서 디테일하게 디렉션을 내려줬고요. 굉장히 큰 도움이 됐어요. 그리고 전적으로 절 믿어줘서 감동적이었고요. 선배가 현장에서 연출하는 걸 보면서 ‘아, 나는 아직 연출 욕심은 못 내겠다’란 생각도 들었다니까요. 하하.”
■“설경구 선배가 연기 추천, ‘파친코’ 캐스팅 소식 전했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설경구·송윤아 부부와는 색다른 인연이 있다. 이웃이라 서로 가깝게 지냈다고.
“제가 고3 때 선배 자녀들이랑 연극을 하듯 놀아줬는데, 그걸 설경구 선배가 유심히 봤던 모양이에요. 저희 부모에게 ‘민하 연기 시켜라.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추천했더라고요. 사실 저도 너무 하고 싶었는데, 집에선 공부를 시키고 싶어했거든요. 설 선배 얘길 듣고 어머니가 ‘7월 모의고사 점수 제대로 받아오면 연기학원 보내주겠다’고 해서 머리를 싸매고 해냈어요. 열정이 많았거든요.”
그렇게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떡 하니 붙었지만, 배우로서 데뷔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조 단역을 오가던 그에게 ‘파친코’는 그래서 더욱이나 황금 같은 기회였다.
“제가 잘 안 될 때 설경구 선배도 매우 안타까웠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괜히 추천해서 고생시키나 싶으셨나봐요. 그러다 ‘파친코’에 캐스팅됐을 땐 설 선배가 더 기뻐하더라고요. 바로 전화가 왔고 ‘그렇게 좋은 소식이 있었느냐. 넌 이제 더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엄청나게 응원해줬어요. 뭔가 제대로 된 결과물을 처음 얘기할 수 있어서 저도 너무 행복했고요.”
그는 앞으로도 오래토록 연기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좋아하는 일에 120% 쏟아붓는 스타일이에요. ‘왜 난 안 될까’라고 자책도 많이한 20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그 시절 ‘한양대 김민하’가 있었기에 지금의 저도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런 열정을 갖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오래오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의 절 잘 아껴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