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원그룹이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동원F&B를 동원산업 100% 자회사 편입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기관투자자들이 연일 양사의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중복상장 문제가 해결됨과 동시에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 동원산업과 동원F&B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1.30%(550원) 오른 4만2750원에, 1.36%(500원) 오른 3만7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동원그룹이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가인 3만5024원과 3만2131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두 기업의 주가는 지난 14일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의결한 소식이 전해진 이후 4거래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주가 상승은 기관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14일 동원F&B 주식 6억원어치를 사들인 기관 투자자들은 15일에 4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16일에도 17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동원산업도 마찬가지다. 14일 기관 투자자들은 6800만원어치를 순매수, 15일엔 10억원을, 16일엔 25억83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여기에 외국인투자자들이 지난 15일 56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주가는 10% 이상 상승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동원산업과 동원F&B를 사들이는 이유는 양사의 교환비율이 1대0.92로 책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원F&B 주식 10주를 보유하고 있으면 동원산업 주식 9.1주를 받을 수 있다. 당일 주가를 고려하면 동원산업 주식 9주를 매수하는 것보다 동원F&B 주식으로 교환 받는 것이 이익인 상황이다.
동원그룹이 주식교환 이후 동원F&B의 상장 폐지를 추진하면 중복 상장 이슈가 해소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동원산업과 동원F&B의 사업 부분이 겹치는 것은 아니나 지주사(동원그룹)와 사업회사(동원F&B)가 같은 시장에 상장돼 있다 보니 이익이나 주식 가치의 중복 계상이 발생한다.
사업구조 재편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동원그룹은 이번 주식교환으로 글로벌로 식품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동원그룹은 동원F&B와 동원홈푸드, 스타키스트, 스카사 등 식품 관련 계열사를 묶어 운영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그룹 식품사업의 해외 매출 비중을 지난해 기준 22%에서 2030년까지 40%로 늘릴 계획이다.
향후 동원산업의 유통주식수 증가도 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동원산업의 기타주주 비중은 약 14%에 불과하다"라며 "주식매수청구가 없다는 가정하에 신주 452만3902주가 교부되면 기타주주 비중은 약 23%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동원그룹과 동원F&B의 주가가 주식매수권보다 높게 형성됨에 따라 동원그룹의 사업재편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동원그룹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동원산업과 동원F&B가 각각 주주에게 지급해야 할 매수대금의 합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주식매수권보다 주가가 높게 형성돼 매수청구권을 주장하는 주주들은 소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6월 11일 예정한 주주총회에서도 해당 안건이 수월하게 통과될 전망이다. 동원F&B는 동원산업이 지분 74.42%를 보유하고 있으며 동원산업은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과 김재철 명예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87.8%를 보유하고 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분기 배당을 포함해 발표한 밸류업 정책과 주식교환 이후 지수 편입 가능성, 유통물량 증가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감 등이 최근 주가에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