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GPT와 글쓰기

2025-07-09

■ 챗 GPT가 만드는 세상

“○○○의 관점에서 A4 다섯 쪽 분량으로 보고서 만들어줘.”

“○○○ 책을 읽고, 초등학교 6학년 수준에 맞게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이 잘 드러나게 A4 두 쪽 정도의 양으로 독후감을 써줘.”

위에 든 보기는 보기일 뿐이지만 좀 더 자세하게 자신이 필요한 주문을 하면 요구에 맞게 원하는 글을 또렷하게 받을 수 있다. 바로 챗 GPT 이야기다. 찍은 사진을 SNS에 온전히 올리기 부담스러워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줘.”하고 주문하면 어느새 깜찍한 그림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웬만한 요구와 필요는 무료로도 거의 할 수 있으니 만약 유료로 챗 GPT를 이용한다면 또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낼 것이고, 놀라운 작업을 해낼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가다 보면 이게 과연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우리 스스로 무덤을 파는 길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다다르게 된다. 만약 인류가 원하는 창작의 세계까지 챗 GPT가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된다면 정말 온전히 사람만 할 수 있는 창작은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만약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계셨다면 이런 세상에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단순히 도움 정도가 아니라 필요한 문장을 만들고, 문법을 다듬기도 하며 생각마저 정리할 수 있고, 음악과 미술, 문학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챗 GPT 세상은 가히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 글을 쓰는 태도와 관점

이오덕 선생님은 말과 글, 그림, 노래, 몸짓 가운데 글쓰기가 자기를 나타내는 가장 높은 수단이라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글쓰기는 단순히 멋진 문장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삶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듬으며, 살아가는 일과 맞닿아 있고, 그 안에서 진실을 찾고 자신을 키워가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챗GPT는 질문을 던지고, 아이디어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도움을 얻거나 흉내는 낼 수 있을지언정 글을 쓰는 사람의 삶과 마음을 온전히 담을 수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결과로 나오는 문장이나 내용이 아니라, 과정에서 필요한 것을 요청하고 스스로 검토하며 다시 글을 다듬어가는 ‘우리의 태도와 관점’이라 할 수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의 삶과 마음이 담기지 않으면 문장은 아무리 잘 썼다고 해도 공허할 수밖에 없다. 이오덕 선생님이 경계한 ‘꾸며낸 이야기’,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바로 그런 것들이다. 따라서 챗 GPT와 글쓰기가 삶을 가꾸는 일이 되려면, 챗 GPT가 만들어낸 글에 맹목적으로 기대거나 의지하기보다 자기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고, 무엇을 깊이 들여다봐야 하는지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

■ 참 마음이 담긴 좋은 글

요즘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만 해도 “쌤, 글쓰기 할 때 챗 GPT 써도 돼요?”하고 묻는 아이들이 있단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걱정하는 선생님들도 제법 된다.

“선생님, 어린 시절부터 챗 GPT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오롯이 내 마음이 담긴 글을 나이 먹는다고 쓸 수 있을까요? 글은 자기 삶을 바로 보고, 정직하게 쓰면서 사람다운 마음을 가지게 하고, 생각을 깊게 하며 바르게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거든요.”하고 이오덕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전해드린다. 글쓰기 교육은 결국 아이들을 바르고 건강하게 키워가는 데 있다고 할 수 있고, 삶을 가꾸는 글쓰기라면 아이들을 참된 인간으로 길러가는 데 가장 훌륭한 방법이라 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초·중등은 물론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교에서도 레포트 숙제를 내면 챗 GPT를 이용해 내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니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오덕 선생님은 1962년부터 203년 8월까지 약 42년 동안 거의 날마다 원고지 38,000매 분량의 일기를 쓰셨다. 썼던 일기는 고스란히 『이오덕 일기』(전 5권)로 남아 있다. 아무리 챗 GPT를 훈련하고, 글을 잘 쓰게 한들 이오덕 선생님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살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삶을 글로 표현하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다. 진실한 마음, 살아있는 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오로지 나에게 나올 수 있는 표현이다. 이런 글을 쓸 때 참마음이 담긴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이런 때일수록 내 생각을 오롯이 담은 글을 쓰는 노력이 더 필요하고 절실한 세상이 아닐까?

윤일호 안천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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