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후 입시 24번 변했어도 효과 없었다”…한국은행이 대입보고서 쓴 까닭은

2024-09-03

이동원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장 인터뷰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 작성

“교육부 글로컬 대학 정책과 병행 추진 가능해”

“입시제도 개편이 그동안 여러 차례 이뤄졌지만, 사회 문제는 지속됐다. 이제 과감한 접근방법인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고려해야 한다”

최근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이라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화제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동원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서울대에 서울과 좋은 학군지역 출신이 많이 들어온다”며 이같이 밝혔다. 광복이후 지난 정부까지 입시 제도가 큰 폭의 개편만 고려하더라도 총 24차례 변경됐다. 보고서는 이 과정에서 공정성, 공교육 정상화, 대학 자율성 같은 가치가 강조됐는데 그 영향은 명확하지 않거나 일시적이었다. 이 실장은 “사회·경제적 배경이 좋은 학생들은 사교육 등을 통해 빨리 적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정시나 수시로 뽑든지간에 학부모의 배경과 거주지역 효과가 입시에 미치는 영향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은이 지난해 발표한 초저출산 보고서의 후속적 성격이다. 이 실장은 “저출생과 수도권 인구집중에 교육과 대학 입시가 큰 상관관계를 가진다”며 “청년들이 교육비 부담으로 결혼과 출산을 꺼려하며, 성장잠재력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적으로도 여러 직원들이 보고서 리뷰에 참여했고, 이창용 총재도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많은 독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보고서는 이 총재가 교수 재직시절 작성했던 보고서를 인용하기도 했다.

보고서 목적에 대해선 “이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에 대해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세히 설명하고 경각심을 일으켜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통해 들어온 학생들이 기존 전형으로 들어오는 학생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편견에는 선을 그었다. 분석결과 2019년 서울대 입학생 중에 유사한 취지인 ‘지역균형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 성적이 다른 학생들과 큰 차이가 없었고, 정시 일반전형보다 오히려 훨씬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한은이 통화정책 외에 교육문제까지 제언하는 것은 본연의 역할을 벗어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실장은 “교육을 비롯한 구조적 문제가 우리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보고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한은의 중요한 역할로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에서도 여러 분야의 이코노미스트를 고용해 다양한 주제의 보고서를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비례선발제가 현재 교육부가 지방의 주요한 대학을 중점 육성시키는 정책과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선 “별개의 사안으로 충분히 병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지역거점 육성대학 정책은 중장기적인 성격이 강하고, 비례선발제는 대학이 결단하고 유예기간만 충분히 준다면 실현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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