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으론 더는 안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기존 콘크리트 지지층이 자민당에 회초리를 드는 마음으로 참정당에 투표했다.”
20일 나카키타 고지(中北浩爾) 주오대 교수는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과반 획득에 실패한 참의원 선거 결과를 이렇게 분석했다.

선거 초반에는 자민·공명 양당의 과반수 획득을 점치는 견해도 있었다. 인구가 적은 지방의 1인구는 전통적으로 자민당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1인구를 포함해 대패한 요인에 대해 나카키타 교수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지방을 중시하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지방의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그간 자민당을 지지했던 지방 보수층들이 우익 정당인 참정당을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민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전이 예상되면서 공격적이어야 할 선거유세가 활기를 띠지 못했고, 이시바 총리의 언행은 좌충우돌했다. 그는 지난 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에 대해 “국익을 건 싸움이다. 얕잡아보게 둘 수는 없다”고 강경발언을 시작했다. 지난 7일(미국 시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25% 상호관세 부가를 통보받은 것이 선거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강수를 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동맹국이자 칭찬받기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감안할 때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라며 SNS 등에서 물의를 빚었다.

선거전 후반에는 ‘일본인 퍼스트’를 내걸고 급부상한 참정당을 의식하는 발언이 늘었다. 지난 18일 요코하마에서 실시한 유세에서는 “대립과 분단만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며 참정당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20분가량의 연설은 정권의 실적이나 공약보다 야당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통상 현직 총리의 응원 유세현장은 당 관계자들이 대거 몰려와 축제분위기가 된다. 그러나 이날 이시바 총리가 도착한 유세장에선 그런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의 등장에도 환호성은 거의 터지지 않았고, 연설이 시작되자 몇분 만에 청중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이에 반해 참정당은 지나친 외국인 지원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외국인 정책을 선거전에서 쟁점화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7일 도쿄 유라쿠초역 앞 연설에서 사야 후보는 “자국민을 사랑하지 않는 정치에 드디어 국민들이 ‘노(No)’를 외치고 있다”며 청중과 함께 구호를 외치며 기세를 올렸다. 유세장에는 ‘NO 참정당’이라고 쓴 피켓을 든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야 후보는 “저런 피켓을 내걸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외국인 퍼스트’ 정책이 좋다면 직접 정책을 제안해달라”며 지지자들을 결집했다.

“배타적 국가주의와는 거리”
참의원 선거는 곧바로 정권 교체로 이어지는 중의원 선거와는 달리 유권자가 정권 심판표를 던지기 쉬운 측면이 있다. 나카키타 교수는 “이번에는 자민당에 쓴소리를 한다는 취지로 참정당에 표를 던진 사람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국민 전체가 외국인 혐오나 우경화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외국인 정책이 쟁점이 된 배경에는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와 관광객의 급증이 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저출산 등에 따른 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외국인 인력에 단순직을 중심으로 노동시장을 개방했다. 지난 해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역대 최다인 약 377만명에 달했다. 또, 올해는 지난 6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도 2152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사회에서 주민과 마찰을 빚거나 외국인이 연루된 사건·사고 등의 보도가 급증했다. 그러나 외국인 인력 수용정책을 추진해온 건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여서, 우파 세력은 비판을 자제할 수 밖에 없었다. 2022년 아베 전 총리가 총탄에 쓰러진 뒤 자민당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와 이시바 총리 등 비교적 진보적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우파 세력의 지지가 참정당으로 옮겼을 뿐이라는 것이다. 도시샤대 요시다 토오루(吉田徹)교수는 “일본에서 유럽과 미국만큼 외국인 혐오가 확산됐다고 보긴 어렸다. 참정당은 고물가로 고통받는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교묘하게 외국인 문제로 연결시켜 지지를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시바 총리 퇴진 거론..다음은 고이즈미?다카이치?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 이어, 국정 선거에서 2연패를 맞게 됐다. 2007년 아베 당시 총리가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한 뒤 연임을 선언했을 때 “아베 총리는 그만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민당은 망한다”고 사퇴를 요구한 당사자가 바로 이시바 총리다. 정치권에선 이시바 총리의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8월1월 발효가 임박한 관세협상을 위해 퇴진 시기를 늦출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레임덕에 빠진 총리가 외교 협상에 나서거나, 전후 80년이 되는 8월 15일 종전 기념일에 총리로서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총리가 연임을 하더라도 중의원에서 야당이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해 가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사퇴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다.

자민당 내에서는 이르면 7월말 차기 총재 선거를 치르는 안도 검토되고 있다. 나카키타 교수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농림수상상이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고, 새 정부의 신임을 묻기 위해 중의원 해산과 총선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결선 투표에서 겨룬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지난 18일, “이미 싸우기로 마음 먹었다”며 총재 선거 출마를 시사했다. 다만,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을 지지한 옛 아베파 의원들이 정치자금 스캔들로 다수 낙선해 그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다.
"한일관계 어려워질듯"
이번 선거 결과가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는 “참정당의 약진으로 보수적인 목소리가 커질 수 있어, 가뜩이나 민감한 일·한 관계를 관리하는 데 큰 불안요소가 될 것”이라며 “일·한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올해 공동성명 발표 등을 기대했지만, 만약 이시바 총리가 퇴진하게 되면 새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이 신뢰 관계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공동성명발표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시노 교수는 “지난 몇 년간 일본의 한국에 대한 여론이 크게 개선되고, 인적 교류도 대폭 늘고 있다. 국민 차원에서 일·한 관계를 중시하는 흐름은 어떤 정치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