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
2017년 미국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에 나온 대사다. 영화 제목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세계최대 테마파크 ‘월트 디즈니 월드’의 건설 계획을 말한다. 생전의 월트 디즈니는 ‘디즈니 월드’를 제2의 디즈니랜드가 아닌 이상향적 미래 도시로 만들 계획이었다고 한다.
영화는 실제 ‘디즈니 월드’ 인근 모텔촌이 배경이다. 디즈니가 바랐던 ‘꿈의 도시’ 주변엔 꿈 깨란 듯 미국의 홈리스들이 사는 ‘미래’가 실현됐다. 빈곤층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눈을 통해 본 미국의 현실이 ‘동화’보다 더 믿기지 않았다.
‘쓰러졌는데도 계속 자란다.’
그래도 영화 속 주인공인 여섯 살 소녀의 대사는 희망을 말한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살아가지만 포기하지 않는 법, 이 세상의 법조문에는 단 한 줄도 규정돼 있지 않은, 그런 법 말이다.

이번 의뢰는 좀 독특했다.
원룸이 아닌 주택인데 형이 살던 ‘원룸’만 청소해 달라는 이야기다.
고인은 이혼한 지 10여 년 지난 50대 남성, 남동생과 함께 살았다.
사고 현장은 동생이 부모에게 상속받은 오래된 단독주택이었다.
그집에서 형제들이 자랐다.
동생이 그 집을 받았으니 형은 그 전에 뭐 다른 재산을 물려받았을 게다.
건설업 관련 사업을 하던 형은 코로나 불황을 버티지 못하고 망했다.
그때 빚을 갚느라 상속재산까지 다 날린 듯했다.
그 뒤론 전처와 사는 딸과도 소식이 끊긴 채 살았다고 한다.
망해서 돌아온 형이 반가울 리는 없었다.
상속 때 더 좋은 몫을 챙겼을 텐데 그 재산 다 날리고, 동생 몫의 집에 얹혀살려 온 셈이니 말이다.
한 집에 함께 살지만 고시원이나 원룸처럼 각자 사는 생활이 몇 년 됐다.
의뢰인인 동생은 아파트 경비였다.
이틀에 한 번꼴로 야근 당직을 서야 하는 일이었다.
하루 걸러 집에 들어오니 형제 사이에 서로 마주칠 일도 많지 않았다.
동생이 밤샘 근무를 끝내고 돌아온 아침.
데면데면한 중년의 형제는 한 집에 살아도 얼굴이나 마주쳐야 인사를 할까.
그날도 그냥 야근에 피곤한 몸을 누이고 싶은 생각뿐이었는데, 온 집안에 매케한 냄새가 가득했다.
불이 났다고 당황하기엔 너무 싸늘했던 그 탄내.
연기가 새어나오는 방문을 황망히 바라봤다.
평소엔 스스로 열지 않았던 형의 방.
뭔가 각오를 하고 방문을 열었다고 한다.
역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