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실험실의 AI, 중국은 벌써 팔고있다…"제조 AI로 승부해야"[평화 오디세이-中 AI굴기 현장리포트⑩]

2025-08-13

중국의 기술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가끔 중국 학자들과 대화를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우리 한국과 비슷하거나 약간 뒤처진 수준일 것이라 봤다. 그러나 한반도평화만들기의 ‘평화 오디세이 2025’에 참가해 상하이와 항저우 산업단지를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내가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은 이미 한국을 앞섰고, 상업화에서는 훨씬 더 앞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방문한 기업들이 보여준 기술들은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연구실에서 보는 것이었고, 요소 기술들이 각 실험실마다 따로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 요소기술들이 통합돼 상업화되어 있었다.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상업화를 위한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시판을 하기 시작해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상업화 단계에 이른 중국 AI 기술

첫 번째로 방문한 회사는 음성인식을 전문으로 하는 아이플라이텍(IFLYTEK)이었다. 이 회사는 1999년에 중국과기대 석사과정을 갓 졸업한 류칭펑이 대학 친구들과 함께 시작한 회사다. 이 회사는 음성인식된 내용을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하기도 하고, 그 내용을 요약 정리하여 주기도 했다. 또한 자체적으로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을 바탕으로 사람의 말귀를 알아듣는 로봇을 만들고, 국가의사시험에서도 고득점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기초적인 기술은 교육 시스템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학생의 수준에 맞추어 학습 내용을 제공한다. 우리 일행을 놀라게 한 것은 학생의 수준에 맞추어 시험문제를 출제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는 것은 이것들이 현재 잘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품이 나오려면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외국어 번역기, 맞춤형 AI 교과서, 맞춤형 AI 시험 출제 등의 기술이 통합돼야 한다. 우리 한국에서도 이런 각 요소기술이 발전해 있지만, 통합되지 못해 제대로 된 상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안면인식 세계 최강 센스타임

필자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어준 회사는 안면 인식 분야의 센스타임(Sense Time)이었다. 이 회사는 2014년에 홍콩중문대 탕샤오어우 교수와 제자인 쉬리가 공동 창업한 회사다. 현재는 안면 인식 분야를 넘어서 헬스케어, 자율주행 등으로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사람의 안면 인식은 얼굴의 기본 형태는 물론 다양한 감정 표현에 따른 모습 변화와 조명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여러 각도에서 보이는 얼굴 모습을 입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그보다도 더욱 어려운 것은 많은 사람의 얼굴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AI 학습에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얼굴 모습을 이용해 AI를 학습하도록 허용할 사람은 거의 없다. 개인정보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것이 얼굴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어느 회사도 안면 인식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센스타임은 해낸 것이다. 이제 길거리 행인의 얼굴을 인식하여 그 사람의 이름을 알아내는 수준이 되었다. 센스타임의 기술을 적용하면, 모든 사람이 명찰을 붙이고 다니는 것처럼 항상 신분이 노출된다. 마치 자동차에 번호판을 붙이는 효과와 비슷하다.

센스타임은 어떻게 얼굴 데이터와 개인 신상정보를 확보했을까? 중국 당국의 묵인 아래 길거리 사람들의 얼굴과 개인 정보를 수집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는 이 정도의 시스템을 구현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는 인간의 기본권이 무시된다는 다소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제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에 대해서는 탄성을 지르고 있다. 그리고 그 제품을 구매해 설치하고 있다. 경비 업무가 필요한 전 세계 곳곳에 팔리고 있다. 전 세계에 설치된 센스타임 제품은 이제 합법적으로 얼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제 다른 회사가 따라가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버렸다.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경시하고 만든 제품에 열광하고 구매하는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지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된다.

KAIST 출신 중국인이 세운 브레인코

이번 방문 중 가장 반가운 회사는 브레인코(Brainco)였다. KAIST를 졸업한 중국인 한비청이 세운 회사였기 때문이다. 브레인코는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기술(BCI, Brain Computer Interface) 전문회사다. 뇌가 생각하는 것을 컴퓨터가 인식해 로봇이 작동하게 한다. 신체가 절단되었든지, 마비가 된 사람도 뇌의 생각만으로 로봇을 작동할 수 있다. 손목을 잃은 사람이 로봇 손(의수)을 끼고 붓글씨를 쓰기도 하고, 피아노 연주를 보여주기도 했다. 의수는 팔목이 절단된 사람이 긴 장갑을 끼듯이 간편하게 착용했다. 아울러 한쪽 다리가 없는 사람이 매우 자연스럽게 의족을 착용하고 걸어 보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기술이 제품화되어 잘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연구를 하는 곳이 여럿 있지만, 이처럼 완숙된 상태의 제품은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비청은 2007년에 KAIST 학부 과정에 입학해 2011년에 졸업했다. 기계공학을 공부한 그는 인체 역학을 연구하는 신현정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지도교수는 한비청 학생이 학업 성적만으론 다른 학생들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대학 연구 프로그램’(URP, University Research Program)을 신청하게 했다. URP란 학부과정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연구 주제를 정하고, 연구비를 받아 연구하는 프로그램이다. 역시 한비청 학생은 연구에서 능력을 보여 주었다. URP 결과를 겨루는 경진대회에서 1등을 한 것이다.

이렇게 인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한비청은 하버드대 뇌과학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URP 1등이라는 실적과 지도교수의 열성적인 추천서가 큰 작용을 했음은 물론이다. 하버드대 박사과정 중 브레인코를 창업해 오늘날 최고 수준의 BCI 회사로 성장시켰다. 여기서 또다시 느끼는 점은 학교에서 학생 지도의 중요성이다. 교육자는 학생을 정성으로 지도하여 타고난 능력을 발휘하게 인도해야 한다. 지금도 한비청 CEO는 지도교수와 긴밀한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또한 이번 방문에서 교수와 제자가 공동으로 창업한 회사를 여럿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필자를 감동시킨 곳은 화웨이(Huawei)였다. 화웨이는 2017년 미국이 처음 제재를 시작한 회사다. 미국의 압박으로 한동안 주춤하던 화웨이는 이제 내성을 키워서 통신장비, 스마트폰, 반도체, AI 등 거침없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미국의 제재를 피하는 방식이었다.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고,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도 사지 못하게 되자, 다른 방식으로 극복하고 있었다. 반도체 칩은 조금 낮은 사양을 사용해도, 이것들을 통합하는 패키징 기술을 고도화해 성능 향상을 달성하는 것이다. 화웨이 측은 미국의 제재를 거의 극복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AI 전략, 중국 보완 분야 찾기

필자는 중국 방문 기간에 한국에 있는 동료들에게 말했다. “한국은 큰일 났다. 우리가 자만하고 있는 사이에 중국이 멀찍하게 앞서가고 있다. 우선 AI 인력 양성을 두 배, 세 배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우자. 기술사업화를 더욱 강조해야겠다.”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우리의 대응 전략을 생각했다.

중국과 정면 대결보다 보완적인 분야를 찾아 집중해야 한다. 아직 그들이 아직 미진한 분야가 제조 AI이다. 제조 AI는 제조 현장의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제조 현장의 데이터가 규격화돼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제조 현장은 비교적 디지털 전환이 잘 되어서, 데이터 품질이 좋다. 또한 우리나라는 로봇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다. 로봇을 사용한다는 말은 데이터가 규격화 돼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 강점을 살려야 한다. 우리는 제조 AI에 집중해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올리고, 제조 AI 기술 자체를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야 하겠다. 마침 정부가 AI 강국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물이 들어오는 느낌이다. AI 제조국가 대한민국의 그림이 보인다. 기업·대학·연구소가 힘을 합해 열심히 노력하면, AI 강국 실현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이광형 KAIST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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