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구직의 비애(中)] "꿈? 그런 거 없습니다"...'그냥 쉼' 청년, "역대 최고"

2024-10-13

비경제활동 인구가 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특정한 이유 없이 어떠한 경제활동도 하지 않는 '그냥 쉼' 청년과 장기간 구직에 실패한 '장기실업자' 청년층이 급증하고 있다. 그냥 쉼 청년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장기실업자 수도 IMF 사태 이후 최고치에 육박했다. 청년층이 마주하고 있는 어려운 구직 현실을 짚어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기업체들의 노력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上) "한국경제 역동성에 직격탄"...장기 백수 5명 중 3명 '청년층'

(中) "꿈? 그런 거 없습니다"…'그냥 쉼' 청년, "역대 최고"

(下) 취업 문턱에 "숨이 턱~"...올해 채용문도 '바늘구멍'

【 청년일보 】 "직업적 목표도, 이루고 싶은 꿈도 사라져 어떤 마음을 발판 삼아 사회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입니다."

구직 활동을 포기했다는 20대 A씨는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서울의 유명 대학을 졸업한 대졸자로, 지난 2년여간 구직 활동을 전개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도전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좌절과 무시뿐이었다"라며 "갈수록 취업의 문도 작아지고 있고, 원하는 일자리도 없어 차라리 이를 외면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A씨와 같은 '그냥 쉼' 청년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통계상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인원은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이들을 의미한다.

지난 7월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가운데 자신의 상태에 관해 쉬었음으로 응답한 인구는 작년 동기간 보다 4만2천명 늘어난 44만3천명으로 집계됐다.

쉬었음 청년 규모는 코로나19 확산기(팬데믹)를 넘어서며 같은 달을 기준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7월 쉬었음 청년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0만명대였지만, 2018년 30만명을 넘어섰다. 이후 이 수치는 점증해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44만1천명까지 증가했다. 이어 2022년 36만1천명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2023년(40만2천명)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청년층의 이같은 응답은 여타 세대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올해 7월 30대에서 이와 같이 응답한 인구는 28만8천명이었고, 40대에서는 28만 4천명이 '그냥 쉬었다'라고 응답했다. 50대는 39만4천명이 이처럼 답했다.

청년층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쉬었음 청년은 역대 최고 수준인 셈이다. 7월 청년층 인구 815만명 가운데 쉬었음 청년(44만3천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달했다. 이는 7월 기준 가장 많은 수준이다.

쉬었음 청년은 양적으로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할 의사 역시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쉬었음 청년(44만3천명) 가운데 일하기를 원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이들은 33만5천명이었다. 쉬었음 청년 중 75.6%가 구직 의사가 없었다는 뜻이다.

나머지 일하기를 원했던 쉬었음 청년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찾지 않은 이유를 보니 A씨와 같이 '원하는 일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 '이전에 찾아 보았지만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교육·기술 경험이 부족해서' 등의 이유가 거론됐다.

전문가들은 쉬었음 청년이 점증하고, 이와 같은 현상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아지는 현상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전문가는 "기존의 기성세대와 달리 현재 청년세대는 이미 고도화된 산업사회에 빈틈을 찾아 자신의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사회가 인식해야 한다"라며 "이러한 청년이 늘어나는 현상을 단순히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거나, 무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짚었다.

이어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쉬었음 청년이 증가하는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선행연구와 해결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정부 역시 이러한 청년들이 '은둔형 외톨이' 등 사회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나설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특정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 내 한 청년지원단체 관계자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층 비중이 상당한 수준에서 사회적 인식, 실질적 처우 개선 없이 이들에게 기피 직업군으로 불리는 소위 '블루 칼라(미숙련에 상관없이 생산업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분야 직업을 권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사회의 어떤 분야의 직업에서 종사하든, 이것이 우리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일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또한, 타직종 간의 실질적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당국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라고 짚었다.

그는 "특정 직업군과 대기업에 구직자가 몰리게 되는 현상이 반복될 경우 이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라며 "청년의 입장을 사회적으로 공감하고, 실질적 방안을 제시해 이들을 다시 '구직자'로 변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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