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난 ‘죽었구나’ 싶었다”…노무현-평검사 115분 맞짱

2024-10-22

성공한 노무현, 실패한 노무현

참여정부는 출범 초부터 ‘파격’의 연속이었다. 과거 정부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졌고, 대통령의 거동이나 말투도 전임 대통령들과는 파격적으로 달랐다. 급기야 온 국민을 놀라게 한 일대 사건이 벌어진다.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하는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 공동 주연은 대한민국 검사들이었다. 대통령과 평검사들이 계급장 떼고 맞짱 뜨는 한판 싸움이 TV 생방송으로 전국으로 전파를 탔다.

2003년 3월 9일 일요일 오후 2시. 마침 TV 앞에 모이기도 좋은 시간이었다. 정부서울청사 19층 대회의실에 평검사 대표 40명이 모였다. 노무현 대통령을 위시해 강금실 법무부 장관, 문재인 민정수석 등 참모진도 자리했다.

TV를 지켜보는 시민 대부분은 사전 각본에 따른 일종의 ‘보여주기 쇼’를 예상했다. 평검사들의 애로나 불만 사항을 토로하면 대통령이 답변하는 식으로. 그런데 시작부터 이상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첫 발언부터 예상치 못한 말들이 튀어나왔다. 그날의 주요 논쟁 대목을 재생시켜 보자.

허상구 검사=“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이나 저희는 토론과는 익숙지 않은 아마추어들이다. 검사들을 제압하려고 하지 마시고 어렵게 마련된 자리인 만큼 검사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 달라. 참여정부라고 하지만 이번 인사는 검사들의 참여가 전혀 없는 정치권의 일방적인 밀실 인사라고 생각한다.“

대통령=“토론의 달인이므로 제압할 수 있다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진실을 덮으려는 잔재주나 가지고 여러분을 제압하려고 하는 인품의 사람으로 좀 비하하려는 뜻이 들어있다. 밀실 인사라든지 검찰 장악 의도라든지 그런 말을 들었을 때 공개적으로 모욕당한 느낌이 든다.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보자.”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는데도 불구하고, 검사들의 날 선 발언은 이어졌다.

김윤상 검사=“참여를 주창하고 가장 개혁적인 대통령이 취임한 첫 법무부의 인사에서 장관이 총장 및 일부 사람들과만 협의해서 서둘러 추진하는 인사가 과연 개혁 인사인지, 아니면 평검사 및 외부인사까지 참여한 인사위를 정정당당하게 거쳐 정치성 인선을 솎아내고 개혁적인 인물들을 앉히는 것이 올바른 것 아닌지….”

대통령=“인사위는 대검 차장이 위원장이고 인사 대상인 검사장급 인사들이 다 인사위원이다. 검찰총장이 인사권을 가진 나라는 없다. 검찰을 법무부 아래 두는 건 권력기관이기 때문에 문민 통제를 위한 것이다. 하물며 인사권을 넘기라고 하니, 내가 대통령의 권한을 법대로 행사할 수 없는 어떤 결함이 있는 대통령인가 싶어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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