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초미세먼지 심할 전망
고기압성 순환 대기정체 때문
정부, 6차 계절관리제 발표에도
가스 형태로 찬공기 만나면 입자화
‘응축성 미세먼지’ 관리체계는 미진
겨울철에 접어들면 추위 말고 또다른 불청객이 우리를 찾아온다. 바로 미세먼지다. 겨울에는 특히 미세먼지보다 더 강력한 초미세먼지가 위협을 떨친다. 난방 등으로 초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물질이 더 많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날씨가 추워 초미세먼지 유발물질이 날아가지 않고 안정적으로 대기에 머물게 된다.
30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올 겨울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50%의 확률로 전년 대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년 대비로는 각각 40%의 확률로 유사하거나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나쁨 이상 일수는 각 40%의 확률로 전년 대비 유사하거나 많을 전망이다.
대기 정체로 인한 국내 오염물질 축적으로 인해 이처럼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겨울 한국은 고기압성 순환을 자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서태평양, 인도양과 대서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와 티베트의 적은 눈덮임 영향 때문이다.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되면 대기가 안정된다. 때문에 초미세먼지가 더 장시간 대기에 머물게 된다.
다만 12월과 1월에 북극해 해빙 감소 영향으로 차고 건조한 북풍류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청정기류 유입 영향을 받아 초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에서도 이를 감안해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7일 제6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계획을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했다. 계절관리제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집중 발생하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강화된 관리조치를 시행하는 제도다.
이번 6차 계절관리제에서는 5차 때보다 감축량 목표치를 2.8% 상향해 잡았다. 장기적으로 초미세먼지 및 생성물질을 2018~2019년 겨울보다 11만2000톤(t) 감축하는 게 목표다. 정부는 6차 계절관리제를 통해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를 1.2㎍/㎥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날 정부는 제2차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을 같이 발표했다. 종합계획은 내년부터 향후 5년간 미세먼지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가 주기적으로 미세먼지 관리체계를 내놓고 있지만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다소 생소한 이름이긴 하지만, ‘응축성 미세먼지(CPM)’가 여기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는 직경에따라 PM10과 PM2.5로 분류된다. PM10은 1000분의 10mm보다 작은 먼지다. PM2.5는 1000분의 2.5mm보다 작은 먼지로, 흔히 이야기하는 초미세먼지다.
초미세먼지보다도 더 입자가 작은 것으로 알려진 응축성 미세먼지는 평소 고온의 배출가스 안에서 가스 형태로 존재한다. 그러다가 굴뚝에서 배출되는 즉시 찬 공기와 만나 입자화된다. 현재 국가 대기오염물질배출량 측정 대상에는 입자 상태로 배출되는 여과성 미세먼지만 포함돼있다. 응축성 미세먼지는 관리 대상에서 빠져있는 것이다. 응축성 미세먼지의 경우 발생원과 성분분석 등에 대한 연구가 불충분해 유해성 파악도 미진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응축성 미세먼지에 폼알데하이드, 니켈 등 유해물질이 다수 포함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해외 주요국들은 일찍이 응축성 미세먼지 관리체계 확립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왔다. 미국의 경우 주정부가 연방 정부에 응축성 미세먼지를 포함해 배출량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응축성 미세먼지 배출량 보고 표준을 마련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꾸준히 응축성 미세먼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지성호 전 국민의힘 의원이 응축성 미세먼지 관리 선진화 포럼을 잇달아 열었다. 22대 국회에서는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이 응축성 먼지를 정부 관리 범위에 포함시키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환경부 장관이 응축성 먼지의 배출 기준, 측정 방법을 마련토록 했다.
환경부는 응축성 미세먼지 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뚜렷한 관리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응축성 미세먼지 배출량 산정가능성, 산정체계 마련 등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실질적인 관리체계 마련은 더딘 실정이다.
최근에는 응축성 미세먼지 측정장비 효율화 및 저감 기술 관련 연구개발(R&D)을 계획중이다. 환경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같은 내용을 담아 전반적인 대기오염 혁신 관련 R&D 과제를 제출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응축성 미세먼지 측정 확산을 위해서는 아직도 R&D를 통해 개발을 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다”며 “배출량 관리만 할 것인지, 배출 허용 기준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전문가들마다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