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 강한 팀이 꼭 우승하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리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54) 감독과 가드 이민지(19)가 한목소리를 새 시즌 각오를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2024~25)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챔프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2025~26시즌을 앞두고 3위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축 멤버가 건재한 디펜딩 챔피언 부산 BNK, 그리고 한국 여자농구 최고 스타인 센터 박지수(27·1m96㎝)가 돌아온 청주 KB가 우승 후보다.
우리은행은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12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만난 위 감독은 “박지수가 기량이 정점을 찍었던 2023~24시즌에도 우리가 KB를 꺾고 챔프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며 “전력을 평가하는 통계는 숫자에 불과하다. 농구는 4쿼터 종료 버저가 울릴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2~13시즌 우리은행 지휘봉을 잡은 뒤 정규리그 9회, 챔프전 8회 우승을 일군 명장이다. 주축 선수 대부분이 다른 팀으로 떠난 지난 시즌에도 젊은 선수들로 팀을 꾸려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결과였다. 그는 “지난 시즌 신예였던 선수들이 올 시즌에는 한층 성숙해졌다. 쉽게 물러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전체 6순위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이민지는 위 감독이 발굴한 차세대 에이스다. 2006년생인 이민지는 숙명여고 시절 고교농구 최고 스타였다. 하지만 팀플레이와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 탓에 상위 순번으로 뽑히지 못했다. 위 감독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민지를 서둘러 경기에 투입하는 대신 성인 농구와 팀 전술에 녹아들도록 조련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 시즌 후반부에 코트에 모습을 드러낸 이민지는 기대 이상의 기량을 보여줬다.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와 승부처에서 던지는 과감한 슛으로 팀의 기존 에이스인 김단비의 부담을 덜어줬다.
달라진 이민지는 모두의 눈에 분명히 보였다. 이민지는 지난 6일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공개한 팬·선수단·미디어 대상 설문조사에서 ‘올 시즌 기량 발전이 가장 기대되는 선수’ 1위를 휩쓸었다. 이민지는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더 성장했다. 프로 세계에 완벽 적응했다”며 “올해는 감독님께서 더 많은 역할을 주셨다. 득점은 물론 경기 운영도 맡기셨는데 자신 있다”고 말했다.
비시즌 동안 이민지는 3점슛 능력까지 더했다. 이민지는 “지난 9월 중순부터 감독님이 매일 3점슛 500개 성공 미션을 내줬다. 훈련 전후로 틈틈이 던졌는데, 지금까지 성공한 3점슛만 3만개, 시도는 그보다 많은 7만~8만개다. 컨디션이 좋아 빨리 정식 경기에서 시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내 이름 영문 이니셜이 MJ인데,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같다. 조던 정도는 아니라도 올 시즌 우리은행의 ‘10대 해결사’가 돼 최우수선수(MVP)를 받고 싶다”며 웃었다.
옆에서 포부를 엿들은 위 감독이 물었다. “민지야, 지난 시즌 통합우승(정규리그+챔프전)을 놓쳤는데, 올 시즌 기대해도 되지?” 이민지가 답했다. “네. 올 시즌에는 꼭 ‘감독님 폭행’(위 감독을 발로 밟는 우리은행 특유의 우승 세리머니)을 꼭 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