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 인용만으로 불확실성이 정리된 게 아니다.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발표했지만 경기 둔화로 인해 후속 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
오건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현재 금융 시장이 처한 거시적인 환경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구가 인용됐지만, 자산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을 비롯한 대외 변수와 국내 차기 대선 정국 등 굵직한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는 만큼 지금은 공격적인 투자보다 방어적인 자산운용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우선 주식투자 보다는 현금성 자산을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고 봤다. 최정연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차기 대선 국면에서의 변수, 당선인의 정책 방향, 미국의 관세 재협상 과정 등 다양한 요인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는 것을 추천했다. 최 부센터장은 “주식보다는 채권, 그중에서도 장기물보다 단기채권을 추천한다”며 “위험자산보다는 정기예금, 금, 달러 등 환금성이 높은 현금성 자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도 “지금 당장 적극적인 투자를 권하긴 어렵다”면서도 “시장이 많이 하락한 상황에서 향후 투자처를 고민해볼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투자에 나선다면 가장 눈여겨볼 곳으로는 미국 증시를 꼽았다. 전문가들은 특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김지윤 하나은행 GOLD PB부장은 “S&P500은 과거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해 매수 매력이 생긴 상황”이라며 “단기 급등락을 피하기 위해 거치식 분할매수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가격 부담이 컸던 일부 대형 기술주에 다시 관심을 둘 만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 지점장은 “엔비디아처럼 장기적으로 산업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최근 조정을 거치며 매력적인 가격대로 내려왔다”며 “그간 탄탄한 업종에 속해 있지만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투자하기 어려웠던 종목들에 대해선 이제 진입 시점을 고민해볼 수 있는 구간”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중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면서 무역 전쟁이 격화하자 지난 5일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주요 7개 대형 기술주는 이날 최대 10%의 낙폭을 기록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틀 연속 7%대 하락을 기록하면서 94.31달러로 마감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종가 기준 100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8월 7일(98.89달러) 이후 8개월 만의 일이다. 달러·금 등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김 부장은 “금은 중장기적으로 수요가 꾸준히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분산투자 자산으로 고려해볼 만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