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블록체인
금융·가상자산업 분리 7년째
법인은 코인 보유조차 불가능
규제 올가미에 직원들 해외로
혁신기술력 세계6위인 한국
가상자산 규제는 이란 수준
"지난 7년간 국내 개발인력 90%는 떠났다." 한 국내 블록체인 개발업체 대표는 "법인계좌, 초기코인공개(ICO) 등 블록체인 기업이 자금 흐름을 만들어낼 방법이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싱가포르, 홍콩 등으로 인력이 유출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가 멈춰선 것은 2017년 12월이다. 당시 정부는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과열되며 '김치 프리미엄'이 60%까지 치솟았기 떄문이다.
정부는 가상자산 관련 범죄를 엄정 단속하고, 외환거래법을 위반한 거래자금 환치기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동시에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보유와 투자를 금지하고 은행이 실명계좌를 관리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 당시에 정해진 '금가분리' 기조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가분리는 금융자본과 가상자산의 분리를 뜻한다.
금융당국이 직접 시인한 적은 없지만 블록체인 업계는 금융 산업과의 연계는 물론이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법인계좌가 대표적이다.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도입되면서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을 담당하게 됐으나 법인 대상으로는 아직 발급되지 않고 있다. 특금법에 법인 실명계좌를 금지한다는 내용은 없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은행들이 법인에 실명계좌를 발급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법인계좌는 블록체인 업계의 숨통이다. 블록체인 특성상 대가는 토큰으로 주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현금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는 이를 장외거래(OTC)를 통해 해결한다.
OTC 업체가 토큰을 받고 현금을 주면 이를 통해 직원 월급을 주는 식이다. 한 블록체인 업체 대표는 "OTC 업체는 블록체인 기업의 현실을 알기 때문에 수수료를 매우 높게 책정한다"며 "직원 월급으로 줘야 할 돈이 수수료로 빠지는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해외 기업에 직원을 뺏기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혁신을 중요시하는 한국이 블록체인 산업에 가하는 규제는 과도하다. 한국은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발표한 '2024 글로벌혁신지수'에서 60.9점으로 세계 6위를 기록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3만5000달러에 달한다.
비슷한 체급의 국가들은 이미 모두 가상자산 제도를 정비하고 블록체인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천국으로 불리는 싱가포르나 가상자산 대통령을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가 이끌게 될 미국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이란이나 인도네시아처럼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취급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