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SK證 전우종·정준호, 해법은 ‘리스크 관리·해외투자 유치’ [줌人CEO]

2024-09-19

상반기 영업손실 751억원... 순손실도 535억원

지난해 4분기 후 적자 지속... 적자 규모 '껑충'

'PF 충당금' 대규모 적립 영향... '리스크 관리' 방점

PF 익스포져 축소... 우발부채 비중도 약 20%p↓

전우종·정준호 대표, 리스크 관리 강화 나서

'미개척지' 노린다... 해외 투자 유치 등 수익 다각화

"충당금 충분... 향후 실적 점차 개선세 보일 전망"

SK증권이 올 상반기에도 적자를 지속하면서 전우종·정준호 각자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이들 두 대표는 리스크 관리 강화와 더불어 수익원을 다각화하기 위한 해외 투자 유치 모색 등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K증권의 영업손실은 751억원에 달한다. 33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실적은 크게 악화됐다. 당기순손익 역시 손실로 돌아섰다. SK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166억원 순이익에서 올 상반기에는 53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SK증권은 지난해 4분기 적자 전환을 시작으로 실적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순이익 62억원을 기록했지만 4분기 들어 215억원의 분기순손실을 냈다. 이후 올해 1분기 59억원 수준으로 손실 규모가 축소됐지만, 2분기 들어 순손실이 476억원으로 훨씬 커졌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악화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꼽힌다. 실제로 SK증권은 부동산 PF 관련 우발부채의 질적 부담이 크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 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에도 4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은 것은 물론, 올해 상반기에는 524억원에 달하는 PF 관련 충당금을 적립했다.

SK증권은 충당금뿐만 아니라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두고 PF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꾸준히 축소해 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SK증권이 올해 2분기 유동화증권에 제공한 신용보강금액은 총 291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2분기(887억원) 대비 67.19% 줄어들었다.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신용보강금액은 통상 증권사가 부동산 PF에 채무보증을 선 규모로 볼 수 있다. 만약 유동화증권의 원리금이 상환되지 않는다면 증권사가 대신 손실을 떠안게 된다.

PF 사업 관련 우발부채는 그 비중을 점차 줄였다. 2021년 말 기준 58%에 달했던 우발부채 비중을 지난해 말 43.8%까지 줄였고, 올해 1분기에는 38.7%까지 감소시켰다.

이 같은 리스크 관리 기조는 전우종·정준호 두 대표의 각자 대표 체제 시작과 함께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SK증권은 기존 전우종 대표의 연임안에 대해 의결했고, 신임 대표이사로 정준호 대표를 선임했다.

전 대표는 2000년 SK증권에 합류한 뒤 리서치센터장, 경영지원부문장 등을 거쳐 2022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년 동안 증권업계 내 최장수 CEO(최고경영자)로 꼽혔던 김신 전 대표와 회사를 이끌어 왔고, 이 때문에 내부 신뢰가 높으며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대표는 그룹에서 리스크관리본부장(CRO) 자리에 오른 만큼 리스크 관리에 있어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연초 SK증권이 방점을 둔 것이 ‘리스크 관리’였기 때문에, 정 대표는 선임 시부터 해당 중책을 맡게 됐다.

두 각자 대표는 해당 리스크 관리 기조를 계속 이어가는 것과 동시에 '미개척' 해외시장을 노려 실적 반등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정 대표는 지난달 말 긴터레이 스케이 리투아니아 재무부 장관과 대표단을 직접 만나 해외투자 유치 등에 관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리투아니아는 디지털 금융에 타국 대비 적극적인 나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영국, 독립 등 유럽 국가의 금융 관련 기업들이 이곳을 주요 거점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SK증권은 자사 사업에 대해 소개하고, 리투아니아의 해외 투자, 기업 유치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5월에는 전 대표가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캄보디아의 금융, 증권 분야 내 투자에 대한 면담을 진행했고, 7월에는 두 대표가 태국증권거래소(SET) 대표단과 이사장을 만나 녹색금융 시장 관련 투자와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대담했다.

전 대표와 정 대표의 이 같은 행보를 볼 때 SK증권은 국내 금융사가 아직 진출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을 노리고 있는걸로 파악된다. 선점되지 않은 새로운 시장에서 사업을 구축함으로써 수익 저변을 넓히고, 수익원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이란 분석이다.

업계는 최근 SK증권 두 대표의 리스크 관리 및 미개척 해외시장에서의 투자 유치 활동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아 온 만큼 SK증권에 추가적인 충당금 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증권은) 지난해부터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고, 우발부채 규모는 지속적으로 줄였다"며 "이를 고려한다면 앞으로의 상황이 크게 부정적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IPO(기업공개) 시장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고, 해외 투자 유치 관련 활동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단기간 내 실적을 크게 끌어올리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점차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부채자본시장(DCM) 영역에서 계열사들의 딜 비중이 높은 측면은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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