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1955년 미도파 화랑 전시 이후 한 번 도 시장에 나오지 않았던 이중섭의 '소와 아동'이 70년 만에 케이옥션 9월 경매에 출품된다.
12일 케이옥션은 "9월 경매에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 민족의 한과 염원을 담은 이중섭, 서민의 삶을 화폭에 새긴 박수근,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두 거장의 작품을 비롯해 총 126점, 약 150억원 상당의 작품이 출품된다"고 밝혔다.
이중섭의 대표 걸작 '소와 아동'은 단 한 명의 소장자가 70년 동안 간직해 온 작품이다. 시장에 나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역설적으로 이중섭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가장 중요한 미술사적 전시에는 빠짐없이 초대된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이다.

1955년 미도파 화랑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중섭을 국민 화가로 부활시킨 1972년 현대 화랑의 전설적인 유작전, 그리고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대규모 회고전 '이중섭, 백년의 신화'에 이르기까지, 이중섭을 논하는 모든 중요한 자리를 빛낸 작품이다. 이는 곧 '소와 아동'이 미술사적으로 최고의 명작임을 공인받았다는 의미이다.
격동적인 붓질이 압권인 이중섭의 '소' 그림은 현재 10점 정도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미술관이나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경매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작품은 매우 드물다. 이 때문에 개인 컬렉터뿐 아니라 국내 유수 미술관 및 기관들에도 이번 경매가 '소' 작품을 소장할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어 더욱 뜨거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경매는 단순히 작품 한 점의 거래를 넘어 이중섭의 최고가(2018년 3월, '소' 47억 원 낙찰)를 경신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깊은 울림을 주는 박수근의 '산'도 나란히 출품된다. 이 작품은 박수근의 독창적인 질감과 한국적인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대표적인 풍경화이다. 단순히 풍경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정신과 삶의 애환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존경이 담겨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통해 재조명받고 있는 '물방울 작가' 김창열의 작품들이 다수 출품된다. 작가의 예술 세계를 총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전시와 맞물려, 경매 시장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외에도 백남준, 윤형근, 박서보, 장욱진, 이우환, 하종현 등 근현대 주요 작가들의 작품과 김윤신, 이불, 서도호 등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도 경매에 오른다. 한국화 및 고미술 부문에는 청전 이상범, 운보 김기창, 이당 김은호, 내고 박생광, 오원 장승업의 회화 작품과 추사 김정희, 백범 김구의 글씨 등이 출품된다.
경매 출품작을 경매 전 직접 볼 수 있는 프리뷰는 오는 13일부터 경매가 열리는 9월 24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열린다. 프리뷰 기간 중 전시장은 무휴로 운영되며 작품 관람은 예약 없이 무료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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