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HD현대오일뱅크, 日코스모오일 합작사 'HD현대코스모' 완전자회사 편입

2024-10-10

HD현대오일뱅크가 일본 코스모오일과 15년간 이어온 합작 관계를 청산할 전망이다. 공동 설립한 'HD현대코스모'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가닥을 잡은 뒤 막바지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조만간 HD현대코스모 측 보유 지분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일본 코스모 측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가져올 예정"이라며 "추후 이사회의 최종 승인 절차 밟을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HD현대코스모는 2009년 11월 HD현대오일뱅크와 일본 코스모오일이 5대 5 지분 비율로 공동 설립한 석유화학사다. 충남 대산에 있는 BTX공장을 통해 파라자일렌 등 석유화학제품을 연간 160만톤(t) 규모로 생산하고 있으며, 주로 중국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일본 코스모 측이 합작사 지분을 포기하는 것은 계속되는 실적 악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HD현대코스모가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HD현대코스모의 3년간 매출은 ▲2021년 2조4825억원 ▲2022년 2조9125억원 ▲2023년 1조987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수익성은 신통치 않다. ▲2021년 756억원 ▲2022년 1059억원 ▲2023년 53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매출은 전년 대비 31% 수준 급감했고, 부채율은 전년 대비 11%p 급증하면서 재무건전성이 점차 악화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부진한 석유화학 업황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계의 주요 제품군인 파라자일렌의 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나타내면서다. 올해 들어 1톤(t)당 1000달러 수준이던 파라자일렌 평균 가격은 지난 8월 900달러 후반, 지난달엔 800달러 초반까지 하락했다.

파라자일렌은 옷의 섬유와 페트병 원료로 활용되는데, 최근 경기 불황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석유화학업계 입장에서 범용제품 중 선방하던 파라자일렌 가격이 요동침에 따라 수익성에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일본 코스모오일에게 HD현대코스모는 아픈 손가락이다. 본사가 매년 성장하는 가운데도 유독 이 회사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일본 코스모오일의 최근 5년간 영업이익은 ▲2019년 139억엔(1257억원) ▲2020년 1013억엔(9160억원) ▲2021년 2353억엔(2조1275억원) ▲2022년 1638억엔(1조4811억원) ▲2023년 1492억엔(1조3490억원)이다. 약 5년 동안 무려 973% 성장한 수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 코스모 측은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HD현대코스모의 사업을 감수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HD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선 이번 거래가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다른 자회사와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현재 또 다른 합작사인 HD현대케미칼의 경우, HD현대코스모에 원료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사업구조를 이어 나가 석유화학 사업을 키우려는 복안으로 보인다. HD현대케미칼은 혼합자일렌(MX)을 생산해 HD현대코스모에 공급하고, HD현대코스모는 이를 원료로 파라자일렌·벤젠 등 기초소재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고영규 HD현대케미칼 대표가 HD현대코스모 대표를 겸직하게 됐다. HD현대코스모 자회사 편입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도 해석된다. 양사가 HD현대오일뱅크의 석유화학 수직계열화를 담당하는 만큼 HD현대오일뱅크는 이들 계열사의 겸임 대표 체제를 구축해 수익성 극대화를 노리려는 움직임이다.

한편, HD현대오일뱅크 측은 관련 사안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회사 측은 "관련 사안에 대해 이야기는 돌고 있으나, 아직 확인된 내용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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