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다가 큰 거 한방 나오는 산업계가 바로 게임입니다. 회사 자존심을 건 AAA(블록버스터) 게임도 보이고, 스팀 등으로 플랫폼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됩니다. 잘 만든 외산 게임도 국내로 넘어오네요. 드물지만 역주행을 기록 중인 곳도 있습니다. 물밀듯 들어오는 중국산에 밀린 대한민국 게임 시장이 달아오르길 바라는 의미에서 응원을, 때로는 비판을 더해 ‘핫겜 바이라인네트워크(BN)’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카카오게임즈(카겜즈)가 국내 서비스를 맡은 그라인딩기어게임즈(GGG)의 ‘패스오브엑자일(POE)2’가 연말 최고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지난 7일 POE2 글로벌 얼리액세스(시범출시) 하루 만에 스팀 글로벌 매출 1위(스팀DB 기준)를 기록했다. 최고 동시접속자 수는 57만명을 넘어섰다. 지금도 초반 인기가 이어지는 중이다. 16일 현재 스팀 글로벌 매출 2위에 머물러 있다.
화제의 인물 일론 머스크도 POE2의 흥행을 돕는 모양새다. 그는 POE가 벤치마킹한 디아블로 시리즈의 최신작 디아블로4 열혈 게이머로 게임 커뮤니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여러 개 기업의 총수이면서도 엘리트 게이머 수준의 기록을 냈기 때문이다.
얼마 전 POE2 게이머를 인증한 일론 머스크는 게임에서 쫓겨났다고 글을 올리며 재차 이목을 집중시켰다. 너무 많은 행동을 수행했기 때문에 추방당했다는 메시지를 공유했다. 부정행위로 규정하는 매크로(자동입력) 사용을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매크로도 안썼네”라며 항변했다. 유명 인물이 공론화한 까닭에, POE2의 초당 클릭 수 제한 등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스팀 매출 1위 등으로 화려하게 시장 진입에 성공한 POE2는 전작의 핵앤슬래시 정체성을 계승하면서 액션성을 극대화한 역할수행게임(RPG)이다. 액션 조작의 재미를 강화해 ‘액션슬래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6개의 캠페인, 100개의 독특한 환경, 600여종 몬스터와 100종의 보스로 구성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용자는 12개의 클래스(캐릭터 직업) 중 하나를 골라 자신의 취향에 맞게 육성할 수 있고, 각 클래스는 3개의 전직 클래스를 보유해 총 36개의 전직 클래스를 만나볼 수 있다.
게임에 대한 평가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물론 대폭 강화된 액션의 재미가 뒷받침돼 ‘맛있게 맵다’는 긍정 평가가 주류다. 전작 POE가 어느 정도 장비를 갖추고 나면 한눈 팔면서 해도 되는 게임이라면, POE2는 일반 몹(몬스터)부터 처치하기가 버겁다는 게 커뮤니티 분위기다.
GGG의 조나단 로저스 개발총괄(디렉터)<영상>도 지난달 29일 간담회 현장에서 직접 게임을 시연하는 도중, 몬스터들의 집단 웨이브에 여러 번 죽어나가며 버거워하는 게 눈에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당시 액트 클리어 이후 접할 수 있는 엔드게임을 시연했다. 돌이켜 보면 누구라도 진땀을 뺄 수 있는 난도였다. 간담회 시연에 푹 빠진 모습도 보였다. 50레벨 캐릭터로 플레이하면서 상당 시간 침묵이 이어지기도 했다.
외신 리뷰와 국내외 커뮤니티를 보면 근접보다는 원거리 공격 캐릭터를 추천하는 분위기다. 게임의 어려운 까닭에 첫 클래스 선택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필승 전략을 공유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로저스 디렉터는 POE2 방향성에 대해 “어떤 스킬이 너무 좋아서 그것만 쓰도록 하는 것도 좋지 않고, 다른 스킬도 한 번씩 써보고 마음에 드는 걸 이용자 스스로 찾아보도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GGG가 POE2에 캐릭터 성장 자유도를 극대화한 방대한 스킬트리를 적용해 오히려 너무 가짓수가 많아져 어떤 스킬부터 익혀야할지 막막하다는 지적에 “언제든 리셋(초기화) 가능하다”며 “이번엔 게임 안의 툴팁 기능이 있어 (피해량 등을) 바로 계산해볼 수 있다”고 일단 즐겨볼 것을 추천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