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인 콘텐트로 후원금을 끌어모은 뒤 수입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한 인터넷방송 운영자에게 과세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 타인의 약점을 잡아 뒷돈을 뜯어내는 일부 ‘사이버 레커’ 유튜버도 조사를 받게 됐다. 일부 정치 유튜버의 탈세 의혹에 관해서도 점검에 나선다.

국세청은 6일 온라인 플랫폼에서 유해 콘텐트로 이익을 거두면서도 납세 의무는 회피한 혐의자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소위 ‘엑셀방송’이라 불리는 인터넷 방송 운영자와 BJ(진행자) 등이 대상이다. 엑셀방송은 BJ가 옷을 벗거나 선정적인 춤을 추면서 시청자의 후원을 받는데 후원금을 엑셀(Excel) 문서처럼 정리해 보여주면서 경쟁을 유도한다.
엑셀방송은 수년 전부터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 ‘숲(구 아프리카)’ 등을 중심으로 시청자가 크게 늘었다. 최상위권 BJ의 경우 연간 수익이 1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인 방송 콘텐트도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영상 콘텐트를 생산하면서 수익이 발생하면 사업자 등록을 하고 종합소득세 신고도 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가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엑셀방송은 보통 연예기획사처럼 한 회사가 다수의 BJ를 보유하고, 여러 채널 동시에 운영하는 형태다. 이들은 BJ에게 출연료를 실제보다 많이 지급한 것으로 꾸며 수입을 줄였다. 국세청 관계자는 “가족에게 가짜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고가 사치품을 사업용 경비로 처리했다”며 “해외 성인 플랫폼을 통해 개인방송을 하는 일부 성인 BJ는 수익금을 차명계좌로 받아 은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업자 5명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운영 자체가 불법인 도박사이트는 그에 필요한 지출 역시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보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도박사이트 운영비를 정상적인 사업체의 비용인 것처럼 꾸며 세금을 탈루했다. 일부는 위장을 위해 입∙출금 전용 애플리케이션까지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정작 수익은 여러 개의 차명계좌로 쪼개서 받고, 고가 부동산과 자동차·시계 등을 샀다.
타인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영상으로 수익을 올린 ‘사이버 레커’ 유튜버 3명도 조사를 받는다. 사설 레커차에 빗댄 ‘사이버 레커’는 타인의 사고 등을 자극적으로 왜곡해 수익을 올리는 유튜버를 말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이버 레커가 신원을 은폐한 채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데 약점을 빌미로 뒷돈을 뜯어내는 등 비윤리적 행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에 오른 이들은 개인 계좌로 받은 후원금과 광고 수익을 신고하지 않고 부동산 매입 등에 썼다. 실체 없는 외주 용역비와 임차료 등으로 서류를 꾸미기도 했다.
국세청은 국회에서 지적된 정치 유튜버의 탈세 의혹에 관해서도 꾸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 2022년 일부 유튜브 방송의 후원금 모금 행위와 탈세 실태를 분석했다. 다만 구체적인 혐의를 확정하지 못해 조사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슈퍼챗(유튜브 생방송 중 채팅창에서 시청자가 일정 금액을 후원하는 기능) 등 후원금은 과세 대상이다. 이들은 보통 방송 화면에 ‘후원금’이나 ‘자율구독료’ 등의 명목으로 계좌번호를 노출해 이익을 얻는다.
국세청 관계자는 “유튜브 수익 신고·납부의 적정성 여부를 검증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금융정보분석원(FIU), 외환거래 자료 등 과세 인프라를 통해 탈루 혐의가 구체적으로 포착되면 세무조사 등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세청은 이 같은 조치가 유튜브 방송 전반에 대한 것일 뿐, 특정 정치 유튜버를 지정해 검증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