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故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피해자의 신상 관련 정보를 적은 정철승 변호사가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법정구속은 면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9부(부장판사 엄기표)는 28일 정 변호사의 명예훼손‧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정 변호사는 2020년 8월 故박원순 전 시장이 세상을 떠난 뒤 불거진 성범죄 논란에 대해 2021년 8월 페이스북에 ‘박원순 사건 관련 사실관계’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려 피해자 신상을 특정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성추행에 대한 물증이나 증인이 없는데 일방적으로 고소했다는 취지의 내용(허위사실) 및 준강간 사건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적어(사실적시)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및 피해자의 신상을 유추할 수 있는 임용시기, 진급 시기, 업무내용 등을 적어 인적사항을 특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처벌특례법위반(비밀준수) 및 업무상 알게 된 내용 누설, 가명정보 처리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정 변호사는 거짓 사실이 아니고 허위라는 인식도 없었으며, 비방의 목적도 아니고 당시 유족 측을 대리하는 변호사로 업무를 수행한 거라 위법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시장실 직원 진술 및 물적 증거가 있고, 징계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고소했다는 부분은 과장도 아닌 거짓 사실인데다 피고인은 (유족 측 변호인 지위로 확보한) 2021년 초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으로도 거짓 사실인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피해자를 특정해 준강간 사건의 피해자임을 드러낸 사실적시 명예훼손도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해당 게시글로 서울시 공무원들은 내부 게시판 등으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밝힌 재판부는 “피해자가 준강간 사건의 피해자라는 사실은 높은 수준으로 보호되어야 할 사생활의 비밀로, 외부로 알려질 경우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또는 평가를 저하할 가능성이 있는 내용에 해당한다”며 같은 부분에 대해 성폭력처벌특례법 비밀준수 위반,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 누설 등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중 ‘가명정보 처리’ 부분만 법령이 개정되며 처벌규정이 사라져 이유무죄가 됐다.
엄 부장판사는 “공적 인물이던 고인(故박원순 전 시장)에 대한 의견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시정하겠다는 미명으로 특정인의 명예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표현까지 허용되는 건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변호사로 표현의 한계와 자유를 잘 알 수 있었는데도, 피해자의 법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걸 감수하면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는 지금까지도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토로하고 있는데, 피고인은 ‘고인의 성희롱 등 사건을 공론화 한 건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유포해 자초한 결과’라며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할 뿐 반성이나 사죄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사‧재판 기간에 SNS를 통해 이 사건 경과를 언급하며 피해자를 비방‧조롱하기도 한 태도도 반영돼 재판부는 “징역형의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에 성실하게 출석했고, 유죄 부분에 대해 항소심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보여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