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위 '테더'도 막히나…美승인 안나면 국내거래 제한 추진

2025-07-29

금융당국이 은행이 아닌 업체에게도 ‘스테이블 코인(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해 가격 변동성을 줄인 암호화폐)’ 발행을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구체적인 인가 요건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에선 비은행 업체도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 상정돼 있으나, 당국 입장까지 확인되면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또 해외에서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도 국내와 유사한 규율 체계를 갖춘 나라에서 승인을 받지 못했다면 퇴출하는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는데, 이 경우 세계 스테이블 코인 발행액과 거래액 1위인 테더의 국내 유통이 막힐 수도 있다.

혁신 막힐라…‘비은행’까지 스테이블 코인 허용 검토

29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국내 스테이블 코인 인가 요건 및 규율 체계 등을 담은 2단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입법을 준비 중이다. 그간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은행이 아닌 업체까지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허용하면 금융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가 적지않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비은행권이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은 외환시장과 통화 정책에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하지만 정부는 비은행 업체의 스테이블 코인을 무조건 금지하면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의 혁신을 정부가 막을 수 있다는 점이 부담됐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이미 비은행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허용하고 있어, 한국만 규제하면 코인 시장의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준비 자산은 100% 이상 쌓는 방안 유력

다만, 비은행 업체에도 금융사에 준하는 건전성 규제를 적용해 충분한 상환 능력을 갖추도록 규율 할 전망이다. 이용자들이 갑작스럽게 스테이블 코인을 현금으로 대량 바꿔가는 이른바 코인런이 발생하면, 금융 시장으로 충격이 전이될 수 있어서다.

특히 금융당국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업체의 준비 자산과 자기 자본금 요건을 엄격하게 높이는 방향을 살펴보고 있다. 우선 준비 자산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 가치의 100% 넘게 쌓도록 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준비 자산이란 이용자가 보유한 스테이블 코인을 현금으로 다시 상환해 달라고 요구했을 때, 지급용으로 쓰는 자산을 의미한다. 준비 자산이 발행 스테이블 코인 가치 이상이라면 일단 상환 능력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미국도 스테이블 코인 규율 체계를 담은 ‘지니어스 법(GENIUS act)’에서 발행 가치의 100% 이상을 준비 자산을 쌓도록 규율하고 있다.

준비 자산은 현금과 그에 준하는 고유동성 자산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국채나 지방채, 요구불 예금 등만 준비 자산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이용자가 상환을 즉시 요구했을 때 만기가 긴 곳에 자산을 넣어두면 즉각 상환이 어려울 수 있어서다.

자기 자본금 요건 국회 안보다 높일 듯

자기 자본금 요건도 현재 국회에 상정한 법안보다는 높이는 방향을 금융당국은 살펴보고 있다. 국회 상정 스테이블 코인 법안 중 민병덕 의원 안은 자기 자본금 5억원, 강준현 의원 안은 자기 자본금 10억원, 안도걸 의원 안은 자기 자본금 50억원으로 규율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업자의 자기 자본금은 20억원 이상, 전자화폐업자는 50억원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은행법상 은행업의 자기 자본금 요건은 1000억원 이상이다. 자기 자본금은 발행사가 파산 등의 상황에 몰릴 때 이용자 보호에 쓰이는 최소한의 재무적 안전장치다. 스테이블 코인이 예금 은행과 유사하게, 거액의 이용자 돈을 수탁한다는 점에서 은행에 준하는 자기 자본금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 스테이블 코인도 제한, 테더 막힐 수도

해외에서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서도 국내 스테이블 코인과 유사한 제한 규정 두는 방안을 금융당국은 검토하고 있다. 국내와 유사한 규율 체계를 갖춘 나라에서 승인한 스테이블 코인만 유통을 허가하는 방식이다. 승인을 받지 못했다면 퇴출하는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국내 스테이블 코인만 심사해 인가하고, 해외 스테이블 코인은 제한 없이 허용하면 ‘규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해외 스테이블 코인의 국내 유통이 막히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등에서는 거래가 금지된다. 거래가 허용된 일부 해외 거래소에서는 쓸 수 있겠지만, 소비자 접근성이 제한돼 사실상 이용자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해외 발행 스테이블 코인 제한 규정이 법안에 담긴다면, 세계 스테이블 코인 발행액과 거래액 1위인 테더의 국내 유통이 막힐 수도 있다. 테더가 미국에서 승인 자체를 못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의회 문턱을 넘은 미국 지니어스 법안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 업체가 현금이나 단기 국채 등으로 준비 자산을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테더는 일부 준비 자산을 비트코인이나 금 혹은 회사채로 쌓고 있다. 또 발행사도 미국이 아닌 곳에 있어 승인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스테이블 코인이 가진 범용성과 금융시장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비은행들에 발행을 허용한다고 해도 금융사에 준하는 건전성 규정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면서 “또 금융시장에 지나치게 영향을 주지 않게 총발행량을 제한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 금융당국이나 한은의 개입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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