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는 ‘AI 지출’ 중독?···“AI 침체시 경제 휘청”

2025-12-05

AI 투자와 증시가 경제성장 부양

지나친 AI 의존은 독이 될 수도

WSJ “아직 AI 버블 안 꺼졌다”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미국 경제가 ‘인공지능(AI) 지출’에 성장을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상반기 미국 경제 성장의 절반은 AI가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처럼 AI 투자가 늘고 주가가 오르면 경제가 선순환하겠지만, AI 호황이 침체로 돌아서면 경제 전체가 휘청일 위험도 있다. AI 거품론이 현실화하면 반도체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AI 투자 붐은 미국 전체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상반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반기 연율 기준 1.57% 증가했는데, AI 관련 투자와 순수출을 합산한 GDP 성장 기여도는 총 0.34%포인트라고 지난달 27일 집계했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AI 투자가 올 상반기 미국 GDP 성장률(1.6%)의 최대 절반(0.8%)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5일 ‘경제는 이제 AI 지출에 중독됐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에서 “AI 붐이 없었다면 경제는 이미 불황에 빠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짚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메타 등 단 4개 회사가 올해 자본 지출을 3440억달러(미국 GDP의 1.1%) 늘릴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의 2280억달러보다 50.9% 늘어난 규모다. 한국의 올해 전체 예산의 약 75%에 달하는 금액이다.

AI 주가 상승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졌다. 미국 가계 자산의 70% 이상은 주식 등 금융자산이 차지하는데, AI 관련주 상승→가계 자산 증가→소비 확대로 이어지면서 GDP 성장에 기여했을 수 있다. JP모건체이스는 AI 주가 상승만으로도 미국의 지난 1년간 소비 지출이 0.9%(1800억달러)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AI로 투자가 늘고 주가가 오르고 소비가 늘어나는 건 긍정적이지만 AI에 대한 경제 의존이 높아질수록 마냥 좋은 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위험도 따른다는 것이다.

바클레이스는 “미국 주가가 20~30% 하락하면 1년 GDP 성장률이 1~1.5%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1일 “미국 내 상위 10% 부유층이 전체 소비 지출의 절반을, 상위 20%가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어 전체 소비가 양호해 보이지만, 나머지 80%의 소비 비중이 줄고 있다”며 “이처럼 계층 간 격차가 심한 상황에서 AI 관련 주가 조정이 생기면 부유층 소비가 위축돼 금융안정성과 경제 전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는 AI 기술주 의존도가 높다. 알파벳·아마존·애플·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를 일컫는 ‘매그니피센트 7’이 미국 ‘S&P 500 지수’ 평가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소수 거대 기술 기업의 시장 집중도가 1999년 닷컴 버블 당시 상위 10개 기업보다 더 높다’고 지적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5일(현지시간) AI 열풍으로 폭등한 미국 주식시장이 만약 ‘닷컴 버블’ 수준의 붕괴(시세 76~80% 하락)를 맞으면 미국 전체 가계 자산의 8%인 약 16조달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투자 붐으로 기업 부채가 느는 데도 양면성이 있다. 투자가 수요를 창출해 수익을 거둘 수 있으면 경제에 호재이지만, 부실이 생기면 금융시장까지 부담이 된다. 시장은 AI 거품론을 부른 ‘순환 거래’에 주목하고 있다. 순환 거래란 예를 들어 엔비디아가 고객사인 오픈AI에 투자를 하면→ 오픈AI는 오라클과 클라우드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 오라클이 데이터센터 구동을 위해 다시 엔비디아의 칩을 사들이는 형태의 거래다. 순환거래 때문에 기업 투자가 서로 긴밀하게 연동돼 한 곳이 무너지면 다른 곳도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AI 투자 붐이 거품이라는 증거는 없다. 국제금융센터는 “일부는 AI 인프라 구축 초기 단계에 나타나는 일시적 투자 급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AI의 직접적인 성장 기여도는 과대 평가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AI 논쟁의 핵심은 칩과 연구에 대한 모든 막대한 지출이 정당화될 만큼 큰 이익으로 이어질지 여부인데, 시장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당연하게 ‘예’라고 여기던 것에서 조금 더 신중한 태도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며 “하지만 ‘아니요’라고 결론지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AI 버블이 꺼지지는 않았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AI 거품론’은 직격탄이 될 수 있다. IMF는 지난달 24일 발간한 ‘2025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 “AI 수요 둔화에 따른 반도체 부진 등과 같은 하방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미국 증시의 영향을 받는다. 지난달 중순 AI 거품론으로 미국 증시가 휘청이자, SK하이닉스 주가가 크게 빠진 바 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