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한 교수의 정보의료·디지털 사피엔스]트럼프의 미국은 어떻게 다시 위대해지나

2025-01-30

트럼프 2.0이 돌아왔다. 21세기 전반은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의 충돌이 현실화되는 격변의 시기다. 냉전 이후 계속된 세계화는 막을 내렸고, 둘로 갈라진 세상의 기술경쟁의 냉혹한 서막이 열렸다.

미국은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나며 1776년의 독립선언과 1787년의 헌법제정으로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정부를 수립해 세계 정치에 신선한 영향을 미쳤다. 1,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유엔 창설과 브레튼 우즈 체제를 확립하며 세계 1등 국가로 우뚝섰고, 1950년대와 60년대 눈부신 경제번영이라는 황금기를 맞았다.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듯 보였던 미국에 맞선 첫 도전자는 소니와 토요타로 대표되는 '메이드 인 재팬'이었다. 소니는 휴대용 트랜지스터 라디오(1955), 트리니트론 TV(1968), 워크맨(1979), CD와 비디오 플레이어, 캠코더로 세계시장을 휩쓸었고 미국은 곧 무너질 듯 위태했다. 승승장구하던 일본의 성장을 미국은 어떻게 꺾었을까? 가장 흔한 해설은 플라자합의(1985), 일본 제품 수입규제, 미국 기술 보호와 정치 문화적 소프트파워를 앞세운 압박의 효과다. 하지만 이러한 해설이 놓치고 있는 지점은 미국 '과학기술계'와 '기술산업 생태계'에서 일어난 반성과 변혁의 핵심적 역할이다.

트랜지스터나 브라운관, 컴팩트 디스크 등의 원천기술과 지적재산권은 모두 미국에서 개발됐다. 하지만 상업화에선 모두 일본이 앞섰다. '재주는 원숭이가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 격이었다. 20세기 초까지의 경제발전 모형은 △새로운 과학적 발견 △기술학 △공학 발전 △산업화 순서로 느리게 진행되는 '순차적 모형'으로 최종 산업화까지 몇 십년이 걸렸다. 일본은 느리고 고비용인 앞부분은 무임승차 복제하고, 상용화에 집중하는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미국 과학기술계와 기술산업 생태계는 반성을 통해 과학-기술-공학-산업화의 전 단계를 하나로 묶어냈고 막대한 금융과 자본력도 통합했다. 경쟁자에게는 복제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 설계 단계에 모든 투입요소를 반영하고 막대한 자본력으로 수년 내에 초격차를 완성하는 '따돌리기 전략'으로 독과점적 지배를 완료했다. 아직 미완성인 영역에 대한 투자는 뒤로 미뤄져, 과학 발전 방향마저 기술학, 공학적 구현 가능성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디지털 혁명은 이러한 변혁을 더욱 가속화했고, 미국은 빅테크로 아성을 쌓아 유럽을 포함한 모든 경쟁국을 따돌렸다. 이제 과학적 발견은 모든 산업발전의 출발점이 아니다. 순차모델은 폐기됐다. 기술이 과학을 촉진하기도 하고 산업이 기술을 촉진하기도 한다.

21세기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났다. 국가 차원의 거대 시장과 막대한 자본과 생산 인프라와 정책지원까지 다 갖춘 채 '카피 드래곤' 중국은 대부분의 첨단기술을 위협 중이다. 트럼프 2.0의 대응 카드는 무엇일까? 첫째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위한 관세 폭탄, 기술규제와 정치사회적 압박이라는 '억제책'만으론 부족하다. 두 번째 '과학기술-기술산업 생태계 고도화'로도 거대시장과 정부지원까지 갖춘 '카피 드래곤'을 따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분명치는 않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트럼프 2.0의 추가 전략은 아마도 중국에 결핍된 모든 카드를 다 활용하고, 상상조차 어려운 정도의 급가속 경제팽창으로 중국과의 격차를 확 벌리는 전략으로 보인다. 중국엔 부족한 미국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의 활용, 사회 안정성에 기반한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인프라 확산, 부에 기반한 첨단기술 하이앤드 시장의 확장과 중국 접근 차단 등이 이미 시작됐다.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가진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법 규제는 잠시 멈추고, 독점 폐해를 감수하고, 오히려 더 빨리 시장을 키우고 지배하는 압도적 팽창전략이, 중국의 성장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초격차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20세기 새 전략이 산업기술 생태계의 혁신이었다면, 21세기 전략은 글로벌 산업과 시장 구조의 문법 자체의 변경이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juha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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