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남성 간 로맨스를 다룬 일명 BL(보이즈 러브) 소설을 창작·유통한 여성 작가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대부분 20대 여성으로 이들은 음란물 유포 혐의로 체포되거나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외설적인 동성애 표현을 문제 삼고 있지만, 일각에선 여성의 결혼·출산 기피를 막고 전통적 가족 가치를 강조하기 위한 탄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9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BL 소설의 중국식 표현인 ‘단메이(耽美)’ 작가들을 대거 검거하며 여성 창작자들을 겨냥한 강력한 단속에 들어갔다. 현지 변호사들은 올 2월부터 전국적으로 최소 30명의 작가가 체포됐으며, 이들 대부분은 20대 여성이라고 전했다. 일부는 보석으로 석방됐거나 재판을 기다리고 있지만, 여전히 구금된 작가들도 있다. 당국은 일부 독자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만에 서버를 둔 문학 플랫폼 ‘해당문학성(海棠文學城)’에 작품을 발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문학성은 ‘단메이’ 장르로 유명한 사이트로, 남성 간 사랑을 다룬 로맨스 소설들이 주로 게재된다. 작가들은 음란물 제작 및 유포 혐의로 기소됐다. 중국 법률에 따르면 이 혐의로 이익을 얻은 작가는 최대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의 음란물 관련 법률은 ‘동성애나 기타 성적 변태에 대한 노골적 묘사’를 표적으로 한다. 반면 이성애를 다룬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관대한 잣대를 적용받는다.
이번 단속은 온라인 상에서도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웨이보의 한 사용자는 “성(性)이 정말 부끄러운 것인가”라며 중국의 반음란물 법률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해시태그 ‘#해당작가체포’가 3000만 뷰를 넘겼지만 곧바로 검열돼 사라졌다. 법률 상담, 법적 대응 가이드라인 게시글도 사라졌고, 작가들의 계정 다수는 삭제됐다.
한 작가는 웨이보에 체포 경험을 상세히 공개했다가 나중에 삭제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에 태워지고, 낯선 사람들 앞에서 알몸으로 수색당하는 굴욕을 견뎌야 했다”며 “공포에 떨며 심장이 쿵쾅거렸다”고 회상했다. BBC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웨이보엔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은 여성 필명 계정이 8건 이상 등장했고, 수십 명의 변호사가 무료 변론을 자처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가 단메이 단속에 나선 것은 전통 가치 확립을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전통적 가족 가치를 장려하기 위해 성(性) 역할의 붕괴, 동성애 코드 확산을 조장하는 콘텐츠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서 디지털 사회학을 가르치는 량거 박사는 BBC에 “예를 들어 단메이 소설에서 남성들은 임신할 수 있고, 취약함을 편안하게 받아들인다”며 “이는 많은 중국 여성들이 현실에서 겪는 불평등한 관계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 입장에서 단메이 소설을 좋아하는 것이 여성들을 아이 갖기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