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석방 주장’은 되고 ‘윤석열 규탄’은 안 된다?···‘언론재단’ 대관 이중잣대

2024-09-26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던 시민단체의 한국프레스센터 대관을 “정치 행사라 적절하지 않다”고 취소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과거 특정 정치적 사안에 관해 입장을 표명한 회견은 승인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진흥재단의 모호한 대관 허용 기준에 대해 비판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26일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언론진흥재단의 ‘민주화운동 원로 인사 100명이 모인 전국비상시국회의’ 대관 취소 사유와 관련 규정, 2021년1월부터 지난달까지의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 전체 목록 등을 보면 언론진흥재단의 대관 허용 기준상 ‘정치 행사’ 판단 기준은 모호하게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시국회의는 지난 4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을 신청했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고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1500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이었다. 신청을 접수한 언론진흥재단은 지난 10일 비상시국회의의 1차 행사계획서를 확인한 후 제출 내용을 보강한 2차 계획서를 재요청해 이를 확인하고 사용을 승인했다. 하지만 행사 전날인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해보니 대관 행사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주최 측에 승인 취소를 통보했다.

이 때문에 비상시국회의는 장소를 옮겨 지난 20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회견을 열었다. 비상시국회의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회견 전 언론진흥재단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언론진흥재단은 비상시국회의의 회견이 ‘정치행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행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프레스센터 관리운영지침 제15조는 ‘창당, 전당대회, 당원교육 등의 정치행사’에 해당하면 대관 제한 및 승인 취소를 할 수 있게 정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진흥재단의 대관 허용 기준은 과거엔 다르게 적용됐다. 특정 정치인의 이름이나 정치적 사안에 대해 언급한 기자회견을 다수 승인했다. 2021년1월부터 지난달까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60개의 기자회견을 살펴보면, 특정 정치인의 이름·정쟁이 되는 사안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회견명을 10개가량 찾아볼 수 있었다. 2022년 1월4일 ‘박근혜 대통령 석방추진위 신년 기자회견’, 2022년 1월26일 ‘오세훈 서울시장 고발 및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 2022년 2월7일 ‘고 박원순 시장 관련 여비서 무고죄 고발 후 기자회견’, 2022년 3월8일 ‘전쟁광 윤석열 사퇴촉구 선언 결과 발표 기자회견’ 등이다.

이번 회견 대관을 거절당한 비상시국회의의 행사에 관한 판단도 일관되지 않았다. 비상시국회의가 주최했던 ‘대통령 미국 방문에 따른 기자회견’ ‘5·18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 등은 지난해 승인 취소를 받지 않고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최덕희 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유독 이번 회견만 취소된 이유는 현 정권이 민심을 잃고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 아니겠냐”며 “비판과 저항이 표출되는 것을 국민들 앞에 가리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 이사장은 지난 20일 회견에서 “시국선언 하루 전에 회견장 거절을 통보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탄압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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