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독하게 공부한 한나라 학자 동중서

2025-01-08

우리 부모님은 공부하지 않는 자녀들에게 “공부해서 남 주느냐”고 나무라셨지만, 나만을 위한 공부였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었겠나. 공부는 결국 베풀고자 함이었다. 땅도 없고, 권세도 없고, 가문도 없는 사람에겐 공부밖에 길이 없었고, 돌아보니 공부가 가장 쉬웠다.

역사적으로 입신양명한 사람들의 생애는 모두가 한 편의 소설 같다지만, 공부로 가장 독하게 산 사람은 아마도 한나라 무제(武帝) 시대의 동중서(董仲舒·기원전 198~104)가 아닐까 싶다. 진시황이 몰락하고 유방(劉邦)과 항우(項羽)가 쟁패해 유방이 천하를 통일했지만 세상은 여전히 어지러웠다.

수성(守成)의 군주 유방이 천하의 인재를 모아 정치를 자문하니 그 가운데 동중서가 있었다. 그는 공자가 지은 『춘추(春秋)』 연구에 일생을 보냈다. 그는 천하를 바로잡는 길이 공자로 돌아가는 것이란 결론을 얻었다.

동중서의 생각은 천인감응설(天人感應說)이다. 인간이 곡진하게 기도하고 바라면 하늘이 그 뜻을 이뤄준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인간 세상의 길흉화복과 천재지변이나 풍흉이 모두 사람 마음먹은 바대로 하늘이 그 뜻을 베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재이설(災異說)이라 한다. 그가 보기에 하늘에 순응하는 무리는 일어나고 거역하는 무리는 멸망할 수밖에 없었다.

동중서에게 감동하는 것은 이런 사변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그가 학문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각고했는가 하는 점에 있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젊어서 공부할 때는 ‘3년 동안 뜨락을 내다보지 않았다(三年不窺園)’고 한다.

나는 보지 못했지만 들리는 바에 따르면 하버드대 도서관 벽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그대의 적군은 책장을 넘기고 있다.’ 가진 것 없는 젊은이에게는 공부밖에 살길이 없더라. 그러니 젊은이여, 어서 책상으로 다가가라.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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