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의 일탈’과 ‘이선균의 비극’ 등 연예계 마약 스캔들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금융업계가 마약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어느 금융권 인사는 대낮에 우편을 통해 강남 한복판의 사무실로 버젓이 마약을 배송받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 땅에 뿌리내린 마약은 이렇게 고구마 줄기처럼 빠르게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강남 한복판으로 배달된 우편물… 그 안에 마약 있었다
지난해 8월, 세관의 제보를 접수한 검찰 수사관들이 움직였다. 타깃은 서울 강남역에서 남서쪽으로 도보 2분 거리에 위치한 대형 오피스 빌딩이었다.
문제는 수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해당 우편물 겉면에 적혀 있었던 건 배송지 주소가 전부였다. 목적지에 도착한 수사관들은 엘리베이터를 잡아탄 뒤 지하 5층으로 향했다. 우편물과 택배 물품들이 집결하는 문서수발실이 있었다.
내부 벽에는 입주 회사들의 명패가 잔뜩 붙어 있었고, 바닥에는 택배물과 우편물이 즐비하게 쌓여 있었다. 수사관들은 그중 한 우편물에 시선을 고정했다. 세관이 찍어준 물건, 즉 마약이 들어있는 봉투였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젊은 여성이 들어서더니 그들이 주시하던 바로 그 봉투를 집어들었다.
그때였다. 수사관들이 잽싸게 그를 낚아챈 뒤 다그쳤다.
깜짝 놀란 그 여성은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은 뒤 입을 열었다.
“제 것 아니에요. 대표님이 가져오라고 심부름시키신 거예요. 저는 대표님 비서예요.”
그제야 봉투 수신자의 신원을 파악한 수사관들은 그 여성을 앞세워 대표실로 진격한 뒤 체포영장을 내밀었다.
“검찰 수사관입니다. 당신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합니다.”
우편물의 주인은 이 빌딩에 입주해 있던 금융업체 P사 대표 K였다. 봉투에는 환각 효과가 필로폰의 300배에 달한다는 마약 LSD가 들어 있었다. 그의 사무실 금고에서도 또 다른 LSD가 추가로 발견됐다.
연예계 이어 금융권으로 번진 마약
그는 ‘금융 혁신’ 분야의 대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2010년대 중반 회사를 설립한 뒤 최근까지 조 단위의 대출을 성사시키는 등 급성장하고 있었다. 혁신 금융 개척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정부나 금융권의 관련 세미나에 단골로 연사나 패널로 초대받았고, 정부로부터 표창도 여러 번 받았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여름 돌연 대표이사직과 사내이사직을 사임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업계는 깜짝 놀랐다. 그는 40대의 한창나이였고 회사는 순항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임 직전만 해도 정부가 주관한 혁신 금융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기라성같은 대형 금융사 임원들과 함께 환한 표정으로 기념사진까지 찍었던 그였다. 스스로 물러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는 실패를 몰랐다. 혁신에 기반을 둔 금융 기업을 설립해 승승장구했고, 그 분야에서 누구나 알 만한 유명 인사가 됐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대표이사직을 던진 뒤 종적을 감췄다. 회사 측은 “일신상의 사유”라고만 밝혔을 뿐 정확한 배경을 설명하지 않았다.
‘마약 루트’ 취재팀이 그의 행방을 찾아냈다. 그는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당국은 그를 발판 삼아 동종 업계로 수사망을 넓힐 계획이다. 권유자 역시 K씨의 동종업계 종사자였다. 금융권 마약 스캔들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계속)
이 인사는 누구며 과연 어떻게 꼬리를 잡혔을까. 남은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누가 이 땅에 마약을 꽂았나 - 대한민국 마약루트를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