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의사단체·전공의·의대생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및 의료개혁에 반대하는 도심 집회를 열어 “윤석열표 의료 개악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는 의료계가 요구한 대로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린 지 사흘 만에 열렸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0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열고 “의사들이 싸우는 이유는 오직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는 시청역 8번 출구에서 숭례문 방향으로 진행하는 4차선 도로를 막고 진행됐다. 주최 측 추산 약 2만 명이 참가한 집회에는 개원의, 사직 전공의뿐만 아니라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생들도 참여했다. ‘의료농단 STOP’, ‘의료 정상화’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집회 참가자들은 “필수의료 패키지를 포함한 윤석열표 의료 개악을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다.
집회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전국에서 올라온 관광버스가 속속 도착했다. 상의를 하얀색 옷으로 맞춰 입은 의대생들은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등 본인 소속 대학 이름이 적힌 깃발 아래에 모여 의대 교육 정상화를 촉구했다.
본인을 대구에 있는 의과대학에 다닌다고 소개한 한 학생은 “정상적인 교육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조건 수업에 참석하라고 압박하는 것에 분노한다”며 “24, 25학번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게 된 상황에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장 역시 “의대 정원은 과학적인 추계에 따라 교육 현장이 견딜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결정돼야 하는데, 짓고 있는 건물에 맞춰 학생들을 증원하겠다고 한다”며 “의료시스템, 현장 목소리에 고려가 없는 문과 관료들의 태만과 무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고 외쳤다. 대회사를 맡은 김택우 의협 회장은 “전국의사궐기대회는 단순한 시위가 아닌 후배들이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주는 자리”라며 “교육부, 복지부, 정부 관계 당국은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 있는 사과와 수습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의대생 여러분. 여러분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고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연대사에서 “우리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느냐”며 “윤석열, 한덕수, 조규홍 등의 정책 실패로 지난 한 해 동안 3조5000억원의 세금이 증발했는데 정부는 왜 정책 실패와 예산 낭비를 인정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세상에 공짜가 싸고 좋은 것은 없다”며 “의료체계를 개선하지 않고 단지 의사 수만 늘린다면 건보(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돼 의료민영화에 다가가거나 젊은 세대의 건강보험료가 두 배, 세 배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집회는 결의문을 낭독하며 마무리됐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강행이 아니라 복원”이라며 “정부는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가해진 위헌적 행정명령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이들의 학습권과 수련권을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조치를 시행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