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단국대 대학원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학술연구교수)
최근 대법원은 이른바 '디넷(D-NET)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증거 수집과 보관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대검찰청이 운영하는 전국 디지털 수사망 D-NET은 전국 검찰청에서 압수된 전자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휴대전화 등 저장매체를 통째로 복제(이미징)해 장기간 서버에 보관하면서, 사건과 무관한 개인정보와 통신기록까지 삭제하지 않는 관행이 논란이 됐다.
법원은 "무관정보를 그대로 보관하는 것은 헌법상 영장주의에 반한다"(대법원 2024.4.16. 선고 2020도3050 판결)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사건은 이른바 '선거전 수사 지연 청탁·공무상비밀누설 사건'으로 수사기관은 국토계획법 위반 사건에 대한 제1영장으로 공무원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이미징 파일을 D-NET에 업로드했다.
이후 파일을 탐색하던 중 청탁금지법 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관련된 녹음파일과 문자메시지를 발견했지만, 별도 영장 없이 1~3개월간 이를 탐색·복제·출력하며 수사를 진행했다. 그 뒤 뒤늦게 D-NET 복제본을 대상으로 제2·제3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행위가 위법의 핵심이 됐다.
대법원은 전자정보 압수·수색에서 허용되는 것은 '유관정보'에 한정된다고 분명히 했다. 우연히 무관정보를 발견했다면 즉시 탐색을 중단하고 새로운 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제1영장 집행이 끝났다면 무관정보는 즉시 삭제·폐기·반환되어야 하며, 복제본 전체를 다시 탐색하는 행위는 영장 없이 수색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나중에 추가로 발부받은 영장으로도 하자는 치유되지 않는다. 이미 삭제되었어야 할 영역을 대상으로 한 수색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또한 위법하게 수집된 무관정보뿐 아니라 이를 토대로 수집한 2차적 증거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하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디지털 포렌식 절차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특수성을 규정하지 않아, 수사기관 내부 예규에만 의존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사건과 무관한 개인정보·통신기록이 장기간 보관되고, 별건 수사에 재활용되는 위험이 상존하는 것을 보여주었으므로 이제는 입법적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수사기관이 디지털 저장매체나 복제본을 대상으로 영장을 청구할 때 압수·수색 방법·범위·선별절차를 담은 '집행계획서'를 첨부하도록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둘째, 무관정보 탐색 중단 및 별도 영장 의무를 형사소송법에 규정해, 영장주의를 실질화해야 한다.
셋째, D-NET 등 서버에 저장되는 복제본의 보관기간 상한과 자동폐기 절차, 접근통제·로그기록 의무를 법률로 명문화해야 한다. 넷째, 독립 감사제도와 사후보고제도를 마련해 디지털 증거 관리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기술의 편의가 법의 원칙을 넘어서는 순간, 영장주의는 형식에 그친다.
무관정보 자동폐기, 복제본 재탐색 금지, 감사와 통제의 제도화가 시급하다. 디지털 증거 수집과 인권보호의 균형을 법으로 담아낼 때, 비로소 국민의 기본권이 지켜지고 형사사법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다.

※ 박정인 교수(법학박사)는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인터넷주소분과위원회, 웹콘텐츠 활성화위원회 자문위원, 강동구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 위원을 역임했다.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등 지식재산과 산업 보안, 방위기술 전략 등의 이슈를 다뤄왔으며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법을 전문 연구하는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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