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반구 단독 패권’ 우선 둔 미국…대만 방어에 한국 역할 강조

2025-12-07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을 통해 동맹국에 지역 안보 부담을 대폭 전가하고 미국은 서반구에 집중하겠다는 이른바 ‘돈로(도널드 트럼프와 제임스 먼로의 합성어) 독트린’을 공식화했다. NSS는 대만해협 안정과 제1도련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 해협) 방어를 위해 한국의 역할 확대와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다.

NSS는 미국 행정부의 외교·경제·군사분야 종합 전략지침으로, 정책 우선순위 설정과 예산 배분에 영향을 미친다.

새 NSS는 서반구(아메리카 대륙·카리브해)를 최우선 전략지역으로 소개하면서 ‘돈로주의’를 공식화했다. 돈로주의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신먼로주의를 말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년간 방치된 서반구에서의 우위를 회복하겠다”며 “서반구 국가의 주권을 존중하지만 적대적 외세가 서반구 자원을 착취하고, 서반구에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중 경쟁 ‘이익 기반 경쟁’규정

지정학보다 경제적 이해 앞세워

대만 분쟁 억제용 ‘제1도련선’에

일본 등 역할·국방비 확대 요구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최우선 전략지역이었던 중국은 이번 NSS에서 서반구 다음으로 밀렸다. 다만 싱크탱크 국방우선순위의 제니퍼 캐버노 선임연구원은 6일 “서반구가 아시아보다 우선시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전히 대중국 전략에 대한 논의가 NSS에서 가장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이전보다 중국의 현상 변경, 특히 대만 침공을 차단하는 데 훨씬 더 많이 집중하고 있다. 다만 그 이유는 “대만 민주주의 수호”나 “중국의 지역 패권 차단”이 아닌, “매년 전 세계 해운 물동량의 3분의 1이 남중국해를 통과하는 만큼 중국의 현상 변경이 미국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캐럴라인 코스텔로 중국 담당 부국장은 “미·중 경쟁을 가치 충돌이 아니라 이익 기반 경쟁으로 본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은 미·중 경쟁을 규정하는 방식에서 매우 큰 변화”라며 “새 NSS는 중국의 권위주의를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외교관계위원회(CFR)의 데이비드 삭스 아시아 담당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새 국가 전략은 지정학을 보조적인 역할로 격하시키고, 경제를 ‘궁극적인 이해관계’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NSS는 유럽이 대규모 이민을 받아들여 국가 정체성 상실로 인한 ‘문명적 소멸’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비판도 없었고, 반이민을 기치로 내건 “애국적 유럽 정당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리아나 픽스 CFR 유럽 담당 선임연구원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 일부의 이념적 견해가 이제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정책이 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이 걸린 ‘대만 분쟁’을 억제하기 위해 “제1도련선 어디에서든 침략을 저지할 수 있는 군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미국 단독으로 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동맹들이 국방 지출을 늘리고, 집단방어를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에 대한 국방비 증액 요구도 명시했다.

이는 대만 방어를 위한 한국의 역할 확대를 강조한 것으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를 승인하고, 미 관료들이 잇따라 한국의 핵잠을 대중국 견제에 이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무관치 않다. 스팀슨센터의 제임스 김 한국프로그램 국장은 “새 NSS가 동맹국이 지역 안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한 것은 자주국방과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의 방침과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새 NSS를 둘러싼 미국 내 평가는 엇갈린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수석 고문이었던 댄 콜드웰은 뉴욕타임스에 “이번 NSS는 냉전 이후 실패한 양당 외교 정책과의 진정한 단절”이라고 말했다. 반면 군사매체인 워온더락은 “NSS가 국가 아닌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격상시키면, 제도적 전략과 정치적 메시지의 경계가 모호해져 동맹국의 미국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적대국에 대한 연속성 있는 평가가 어려워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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