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평등한 에스페란토, 이젠 낯선 언어 아냐"

2025-10-22

‘희망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국제어 에스페란토는 1887년 폴란드 안과 의사인 루드비크 라자루스 자멘호프가 창안했다. ‘평등한 소통’이라는 의지를 가지고 만들어낸 이 언어는 현재 120여 개국에서 수십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로 34년간 재직한 뒤 2021년 정년 퇴임한 서진수 한국에스페란토협회장이 최근 세계에스페란토협회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서 회장은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이 통하면 신뢰가 급격히 커진다”며 “에스페란토는 국경과 민족을 넘어 마음과 우정을 잇는 언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에스페란토의 문법은 단순하고 하나의 어근으로 명사·동사·형용사를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어 몇 달만 배우면 일상 대화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서 회장은 “자멘호프는 복잡한 언어 구조와 제국주의적 언어 지배에 맞서 중립적이고 배우기 쉬운 국제 공용어를 목표로 이 언어를 만들었다”고 가치를 설명했다. 이어 “영어가 특정 국가의 언어로서 특권을 가진다면 에스페란토는 평등의 언어”라며 “언어적 우열 없이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인류적 도구”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세계에스페란토협회는 120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창안자와 협회가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적도 있다.

서 회장은 중학생 시절 친형의 권유로 에스페란토를 처음 접했다. 호기심 많던 소년은 곧 이 언어에 매료돼 고등학생 때 ‘서울중고등학교 에스페란토연맹’을 조직하고 세계 각국의 동년배와 펜팔을 하며 시야를 넓혔다. 그는 “대학생 시절부터 각종 합숙 훈련과 국제 행사에 참여했는데 1984년부터는 매년 세계 대회에 참석해 지금까지 41년간 142회 출국, 100개국 이상을 여행했다”며 “에스페란토 네트워크 덕분에 언어 장벽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전공인 경제학은 물론 미술 시장을 연구하고 문화 칼럼리스트로도 활동하면서 에스페란토 확산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2016년부터 세계에스페란토협회 아시아·오세아니아위원장을 맡아 활동해온 그는 최근 부회장으로 선임돼 더욱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와 관련해 서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이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며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각국의 협회 활동을 지원하고 110회째 이어지는 세계 대회의 기획과 조정도 맡고 있다”고 전했다.

서 회장은 에스페란토가 더 이상 낯선 언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언어 학습 플랫폼인 ‘듀오링고’에서만 250만 명 이상이 학습하고 있고 위키피디아에 30만 개 이상의 에스페란토 문서가 구축돼 있어서다. 그는 “번역기 ‘파파고’는 에스페란토의 ‘앵무새’에서 이름을 따왔고 최근 제주국립박물관과 리움미술관에서도 에스페란토 표기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에스페란토가 생활 속 문화로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전도사 역할에 더욱 충실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청년들이 세계 곳곳에 모여 같은 언어로 이야기하고 환경과 인공지능(AI) 등 인류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는다”며 “인류가 언어의 벽을 넘어 진정으로 소통하는 그날까지 에스페란토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