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계 외식도 쇼핑도 급감…이민자 단속에 발등 찍힌 美 경제

2025-06-1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단속 강도를 높여가면서 미국 실물경제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민자 단속 여파로 라틴계 소비자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소비를 줄이면서 미 전역에서 주요 대형 소비재 기업들이 매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미국 노동시장에서 저임금 단순노동을 담당하던 이민자 인력의 대거 이탈은 미국 제조업 전반에 심각한 내상을 입힐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산업 현장 전반에서 인력 이탈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주도하는 불법 이민자 단속이 식당, 건설 현장, 제조 공장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자 출근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당국은 불법 이민자 체포 인원 목표치를 하루 1000명에서 3000명으로 높였다. 단속 범위는 확대됐고 단속 강도 또한 높아졌다. 이민법 전문가 섀넌 스티븐슨은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가 전국 각지의 기업들로부터 걸려온다”며 “많은 기업이 숙련 인력을 잃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으며 일부는 사업장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국의 압박 강도가 세지자 기업들은 자체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고용주는 직원의 신분증과 취업 서류 등을 점검해 불법 고용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ICE 요원들이 기습 점검에 나섰을 경우 영장 확인을 요청하라는 식의 대응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또 당국자들이 회사에서 압수해가는 물건의 목록을 작성하도록 하고 연행되는 인물 모두를 기록하라는 방식도 전달하고 있다.

식음료·식당 등 소비재 시장 역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강화된 단속으로 라틴계 이민자들이 외출에 나서지 않으면서 소비가 위축되는 분위기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카콜라를 비롯해 주류 회사,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등은 라틴계 소비자들의 구매 감소와 함께 매출 하락이 우려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코카콜라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북미 지역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배경으로 라틴계 소비자들의 구매 감소가 주된 요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신발 매장 체인 ‘슈 팰리스’를 운영하는 JD스포츠의 레지스 슐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 행사에서 “고객 방문이 급격히 감소했고 이민정책의 영향을 확연히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의 여파가 장기간에 걸쳐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특히 미국 노동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민자 유입이 줄어들 경우 미국의 장기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사이프는 “이민자 유입이 감소하면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성장이 둔화되면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여지도 줄어들 것”이라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로스앤젤레스(LA) 시위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배치가 불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찰스 브레이어 미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 판사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며 “이번 조치는 의회가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불법적 행위”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주방위군 배치에 대해 “법률상 권한을 남용했을 뿐 아니라 헌법을 위반했다”며 “대통령은 즉시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의 통제권을 주지사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항소할 수 있도록 결정 효력 시각을 미 동부 시간 기준 13일 오후 3시(서부 낮 12시)로 유예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에 대해 강경 대응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국토안보부와 임무를 수행 중인 요원·기관·부서 및 군 병력은 작전을 지속하고 확대할 것”이라며 LA에 군 병력을 계속 주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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