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내양’ 김정연 “인생 100년시대 어르신 행복, 찾아드려요”

2025-06-30

KBS ‘6시 내 고향 – 달려라 고향버스’ 국민 안내양으로 매주 시청자와 만나는 방송인 김정연씨가 6월19일 대구광역시 주최 ‘2025 인생 백년 아카데미 토크콘서트’ 무대에 섰다.

이날 달서구 대구종합복지회관 대강당 무대에 오른 김정연씨는 ‘행복! 생각하기 나름이에요’라는 주제와 어울리는 히트곡과 녹록지 않았던 인생사를 녹여 대구 시민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 1호 트로트 가수로 유명세를 탔던 2009년 ‘6시 내 고향’ 버스 안내양으로 발탁되었을 당시 그녀는 “이 빨간 유니폼을 평생 못 벗을 거 같아요”라고 말한 바 있다. 말이 씨가 된 걸까. 김정연씨는 16년째 1주일에 하루 종일 길 위에서 보내면서 어르신들 일상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 깊은 내공으로 군내(郡內)버스에 탑승하자마자 힐링 토크쇼 무대로 만들어버리는 국민 안내양’ 촬영 현장을 취재했다.

Q: 국민 안내양이 탑승하자 버스 안 공기가 달라지는 걸 느꼈다. 어린이들에게 뽀로로와 하츄핑이 있다면 어르신들에겐 김정연이 있구나 싶었다. 버스 탈 때마다 이렇게들 좋아하시는지?

솔직히 제일 많은 듣는 얘기가 딸보다 반갑다는 말입니다. 제가 다녀가면 국민 안내양 김정연이 우리 동네에 왔다고 이곳저곳 막 전화해서 자랑하시고, ‘6시 내 고향’ 방송 나가면 한 달 내내 제 얘기만 한 대요. 어르신에게 국민 안내양은 한번 훌쩍 마을 둘러보고 가는 손님이 아니라 딸, 며느리와 동급인 거 같아요. 어르신들이 딸보다 더 좋다고 말씀하시면 감사하지요. 그러면서 또 한편으론 슬퍼요. 자식 보고 싶은 마음이 “딸보다 반갑다”는 말씀에 다 담겨 있거든요. 어르신들 요즘 휴대전화 다 갖고 계시면서도 전화 요금 무서워서 통화를 안 하세요. 하염없이 자식한테 전화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의 빈틈을 제가 채워도 될까 싶은 미안함과 딸 대신 효도하고 싶다는 마음이 늘 교차합니다.

Q: 대본 없이 리허설도 안 하고 곧바로 촬영한다는 점과 김정연 어르신 옆에 착 붙어 앉거나 무릎 꿇고 눈을 맞추는 게 인상적이었다. 현장을 달군 비결이 이것?

아무리 ‘리얼’을 표방한 프로그램이라도 최소한의 구성안이 있고 사전에 현장 답사를 가는 게 기본인데 ‘달려라 고향버스’는 아예 그런 게 없어요. 현장에서 부딪혀 이야기를 끌어내기 때문에 모든 상황이 ‘리얼’입니다. 덕분에 현장감이 살아있어 좋은데 진행자로서는 아찔할 때가 많아요. 귀가 잘 안 들리는 어르신들이 대답을 잘 못하시거든요. 그러다 보니 더 가까이 다가갈 수밖에 없어요. 어느 순간부터 탑승하자마자 제가 어르신 앞에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추고 있더라고요.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추는 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존중이에요.

아까 보셔서 아시겠지만, 버스에서 어르신 보따리를 풀어 “누구 주시려고 과자를 이렇게 많이 사셨어요?”라고 여쭤보면 아내 이야기, 장날 나온 김에 병원 다녀오신 이야기, 소싯적에 잘나갔던 이야기까지 재미난 사연이 실타래처럼 술술 풀려서 나옵니다. 인생 드라마 명대사가 저절로 나오는데 대본, 리허설 이런 거 필요 없지요. 어떤 어르신은 “딸한테도 못한 얘기를 정연이한테는 다 해” 이러세요. 이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어르신들에게 ‘속풀이 공감 소통 마당’이 진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요

Q: ‘속풀이 공감 소통 마당’이 필요하다는 얘기 100% 공감한다. 지난 19일 대구광역시가 주최한 ‘2025 인생 백년 아카데미 토크콘서트’ 무대도 ‘속풀이 공감 소통 마당’ 일환이라고 보는데 강연 분위기는?

정말 많은 호응을 해주셨어요. ‘행복은 큰 선물처럼 오는 게 아니라 소소한 일상을 통해서 온다’는 이야기를 녹록지 않았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전했어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통해서 연예계에 첫발을 들여놨는데, 노래를 못한다고 구박 많이 받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치환, 권진원, 김광석 같은 쟁쟁한 가수들 사이에서 3년이나 버틸 수 있었던 건 말을 잘했기 때문이었어요. 저는 이게 싫었거든요. 간절하게 노래하고 싶어서 ‘노찾사’에 들어갔기 때문에 오히려 과감하게 나올 수 있었고, 트로트로 전환해서 ‘노찾사 출신 1호 트로트 가수’라는 이름표를 달았던 사연 등등 시련의 연속이었던 인생사를 ‘고향버스’ ‘어머니’ ‘이별후애(愛)’ 히트곡에 매칭해서 전해드리니까 공감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Q: 김정연씨는 워낙 소문난 명강사라 대구 분위기가 어땠을지 충분히 짐작되는데 ‘진짜 행복’은 어디서 오고 행복의 실체는 뭔가?

대구 강연에서도 말씀드렸는데요. 저는 방송하면서 만난 어르신들 삶 속에서 행복의 실체를 찾습니다. 경기도 일산에서 가평까지 배달일을 하는 어르신을 만났는데,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니 ‘밖에 나가고 싶은데 이걸로 돈도 벌고 나갈 수 있어서 행복해’라고 답하셨어요.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데서 행복이 시작된다고 봐요. 시련이 겹쳤을 때는 제가 해왔던 노래, 라디오 리포터 활동들을 ‘지푸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동아줄’이었어요. 지푸라기를 꼬아야 동아줄이 되듯이 제가 시련이라고 푸념했던 일들이 기회가 되어 너무 하고 싶었던 ‘6시 내 고향’ 국민 안내양이 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지니 이게 바로 행복이지요.

어르신들을 뵈면 걱정들이 많으세요. 자식 걱정, 건강 걱정, 농사 걱정, 죽음 걱정, 밤에 잠이 안 오면 어떡하지 불면 걱정 등등 근심이 끊이지 않아요. 지금 농촌에 가보면 고령화는 물론이고 1인 가구가 많아졌어요.

어르신들이 외로울 수 밖에 없어요. 김정연이 다녀가면 한 달 내내 국민 안내양 얘기로 화제의 꽃을 피운다는 걸 보면 ‘6시 내 고향’이 농촌 어르신의 낙이라고 해도 좋을 겁니다.

Q: 방금 농촌 어르신들 건강 걱정이 크다는 했는데 국민 안내양이 보기에 어떤 건강 문제가 눈에 띄는지?

첫 번째가 치매, 인지 기능이 떨어져서 행여 자식을 못 알아보는 상황이 되면 어쩌지? 이런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마을별로 인지기능강화 프로그램을 한다고 하는데 부족하대요. 국민 안내양처럼 노인들 속 마음을 잘 들어주는 딸 같은 사람이 오면 가슴 속에 묵힌 설움을 막 풀고 싶대요. 노인들에게 소통과 공감을 담은 경청은 가장 좋은 효도이자 만병 통치약입니다. 두 번째는 청력 시력 약화예요. 말씀을 여쭤보면 잘 안 들린다고 대화를 피하시는 분이 계세요. 마음이 굉장히 아프죠. 그렇다고 해서 필담(筆談)을 할 수도 없어요. 눈도 안 좋으시니까요. 세 번째가 오복(五福) 중 하나인 치아 건강이 아주 안 좋으세요. 임플란트가 필요하신 분이 많으신데 자식에게 짐이 될까봐 숨기는 분이 많이 계십니다.

Q: 노찾사 출신 1호 트로트 가수, 방송 MC, 힐링 토크 명 강사, 어르신들 뽀로로 국민 안내양, 출간 작가 등 따라붙는 수식어가 많다. 끝으로 향후 계획은?

유키즈에서 유재석, 조세호가 도시에 있다면, 국민 안내영 김정연은 농촌 마을에 늘 있습니다. 제가 찾아가면 “우리 동네 BTS 떴다!” 이러시고요. “애들은 뽀로로 보고, 노인들은 정연이 보면 돼” 하십니다. 농담 같지만 진짜 마음이 담긴 말이에요. “딸보다 더 믿음 가는 사람.”이라고 믿어주시는 어르신들에게 든든한 말벗이 되고 싶어요. 누군가의 마음을 여는 데 화려한 말솜씨도 테크닉도 필요 없어요. 그냥 진심이면 돼요.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추고, 어르신 말씀이 끝날 때까지 맞장구 쳐드리면서 늘 그 자리에 있는 국민 안내양으로 어르신들의 말벗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김정연의 힐링 효 토크 콘서트’ 무대를 많이 가질 계획입니다. 지금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인생 이모작을 넘어 삼모작이 당연한 시점이예요. 이럴 때 정말 필요한 게 “손에 잡히는 행복”입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요. 바로 지금 우리 곁에 있고 중요한 건 행복은 큰 선물처럼 오는 게 아니라 소소한 것에 있다는 겁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살아보지 않아 모르기에 손을 쓸 수 없습니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현재밖에 없어요.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면 오늘보다 내일은 더 행복해요. 이 점을 관객과 같이 느끼고 싶어요. ‘BCD 법칙’이 있다고 하죠. B는 태어남(Birth), D는 죽음(Death), 그 사이에 C 선택(Choice)이 있는데, 삶은 결국 C, 선택의 연속이고, 이 선택이 모여 인생을 만든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관객과 함께 노래 부르고 대화하면서 오늘 하루 차 잘 살았다 행복한 선택을 하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국민 안내양 김정연의 하루를 밀착 취재하면서 어르신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눈높이에 맞춘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는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세 인생 시대 보청기, 임플란트, 보행 보조기 등은 노년기 생활필수품이다. 보청기 하나로 소통의 문이 열리고, 임플란트 하나로 웃음과 식욕이 살아나는 과정을 건강한 노후생활과 자존감을 지키는 데 필요한 ‘삶의 질’ 콘텐츠로 확장하는데 국민 안내양이 안성맞춤 아닐까 싶다. 공익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품을 수 있는 모델의 조건은 진정성과 신뢰도다.

김정연이 탄 고향 버스는 화려한 조명도, 무대도 없다. 이른 새벽 안내양 유니폼을 입고 고향 버스를 탄 그녀는 대본 없는 인생의 무대에서 어르신의 마음을 활짝 열어 놓는다. 인구소멸과 고령화로 갈수록 적막강산인 농촌에 신바람을 불어 넣은 ‘달려라 고향 버스’는 잠시 다녀가지만, 국민 안내양 김정연이 남긴 여운은 오래도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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