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적 지원금은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동일한 금액을 모두에게 나누는 방식도 지속 가능한 정책이 아닙니다.”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으로 선출된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의 민생지원금 정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강 교수는 “똑같은 예산이라도 상대적으로 어려운 계층에 더 큰 금액을 지원하는 게 민생 회복 효과가 크고 재정 효율성도 높다”며 “반복적인 보편 지원은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된 민생지원금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의 ‘25만 원 보편 지급’ 공약과 달리 소득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보편 지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보편'이라는 개념을 ‘최소한의 생계 수준 보장’으로 재정의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더 두텁게 한다면 제한된 재정 여건 속에서도 이 대통령의 보편 철학은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내년 2월 제56대 한국경제학회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경기 부양과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강 교수의 리더십 아래 학계의 역할도 한층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는 추경에 자영업자 ‘빚 탕감’을 포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채를 성실히 갚은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도덕적 해이도 우려된다”며 “원금 상환 유예나 이자 감면 등 조건부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분야에 100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이 대통령의 공약에 대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AI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약 119조 원으로 이 중 약 76%인 90조 원가량이 민간 부문에서 집행됐다. 그는 “절대 규모로 보면 100조 원은 과도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자율주행차 등 AI 관련 산업 규제 해제와 송전망 설치를 둘러싼 지역 주민 갈등 완화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도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집권 여당이 소형모듈원전(SMR) 특별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원전이 포함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을 대비해 기업들도 에너지 전환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학회 회원의 임금과 복지에 관한 전수조사를 통해 국가 간 비교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외국 대학 대비 처우가 열악해 국내 경제학과 교수들이 해외행을 택하는 사례가 나오는 만큼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