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20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벌여 시민들이 차량 정체와 소음 등 불편을 겪었다.
민주노총과 전농은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중구 숭례문 앞 도로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2차 총궐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올해 쌀값이 폭락하도록 방치했고, 물가를 핑계로 저관세·무관세 수입을 남발했다”고 주장했다. 비료 포대 등을 입고 집회에 참가한 농민들은 ‘쌀값 보장’, ‘농업파괴, 농민말살’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세종대로부터 숭례문 방면 전 차로를 메웠다. 이날 집회 신고 인원은 1만명이다.
앞서 이들은 본집회 전인 오후 12시 30분쯤부터 서울 중구 일대(서울고용노동청본청 앞, 농협 본관 앞 등 5곳)에서 사전집회를 열고 1~1.5㎞가량 숭례문 앞까지 행진해 집결했다. 이들은 집회 종료 후 오후 4시 20분쯤부터 숭례문~서울역까지 다시 약 1㎞ 거리를 행진했다. 오후 5시까지로 신고된 행진 시간과 퇴근길 불편 등을 고려해 당초 삼각지역까지로 신고됐던 행진 거리보다 짧게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극심한 교통 혼잡과 소음 피해를 겪었다. 일부 보행자들은 귀를 막고 표정을 찡그린 채 서둘러 자리를 이동하거나 도로 한복판에서 교통경찰에 우회 경로를 묻는 차량 운전자들도 이었다.
집회 무대 인근 회사에 다니는 장모(30)씨는 “사무실에서 귀가 아파 이어폰을 잠깐 꽂고 근무했다”며 “퇴근길에도 차가 막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양모(29)씨는 “시내로 진입하는데 평소보다 2배 더 오래 걸렸다”며 “외국에서 온 중요한 거래처와 미팅이 있는데, 문제 생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흡연 등 일부 집회 참가자들의 비매너 행동도 포착됐다. 박모씨는 “흡연구역도 아닌 인도 위에서 술판을 벌이거나 담배를 피우길래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회와 행진 경로 일대 건물에선 입구 주변 펜스 설치 등 경비·보안이 강화된 모습이었다. 경비원 임모(40)씨는 “민주노총 시위의 경우, 건물 난입·난동이 있을 수 있다는 경찰 고지를 받아 경계를 강화했다”며 “주말 집회는 건물을 원천 폐쇄해놓지만, 평일엔 입주사 직원들이 통행하기 때문에 신원 확인 절차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선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앞서 지난 9일 ‘1차 총궐기 대회’에선 경찰관을 밀치는 등 폭행하고 시정 요구와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공무집행 방해·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민주노총 조합원 등 11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된 바 있다. 경찰은 이 중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지난 12일 법원이 모두 기각했다.
이날 경찰은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110~120개 부대, 경력 6600~7800명을 배치했다. 주최 측은 내달 7일 3차 총궐기를 예고한 상황이다. 경찰은 불법 집회 행위에 대해선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불법적인 집회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는 기조를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