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공공기관 및 유관단체를 둘러싼 부실 운영과 예산 낭비 사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조직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회장 추가열, 이하 한음저협)는 정보 시스템 개편, 조직 구조 혁신, 운영 투명성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중장기 개혁안을 수립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3일 전했다. 자율 점검을 바탕으로 한 ‘투명성 보고서’ 발간 등 내부 진단 체계를 정착시켜, 회원과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한음저협은 2025년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된 데 대해, 창작자 권익 보호라는 본래의 설립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조치라는 입장을 밝히며 이의제기를 진행한 바 있다. 다만, 공공성과 책무성을 강화하자는 지정의 취지에는 공감하며, 지정 없이도 자체적인 운영 혁신을 통해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음악저작권 신탁관리 업무는 복잡한 정산 구조와 대량의 데이터 처리가 요구되는 특성상, 시스템의 안정성과 정확성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한음저협은 2026년까지 노후화된 정보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일부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전산 시스템을 도입해 징수 및 분배 업무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일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2035년까지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신뢰 기반의 관리 체계를 전면 도입함으로써,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시스템 혁신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한음저협은 음악저작권 산업의 규모와 복잡성이 확대됨에 따라, 보다 전문적이고 책임 있는 조직 운영이 요구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과 중심의 유연한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고, 전문경영인제 단계적 도입, 내부 감사기구 확대, 정회원 제도 정비 등을 통해 내부 의사결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함께 제고할 계획이다. 특히, 집행부에 집중된 권한을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분산함으로써, 운영 전반의 객관성과 균형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도 한음저협은 운영 투명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공공적 성격이 강한 신탁관리 업무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경영정보 공시 항목을 확대하고, 이해관계인과의 거래 제한, 외부 용역사업의 심의 및 점검 절차 강화, 자체 점검을 통한 ‘투명성 보고서’ 정기 발간 등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한음저협은 경영진단실 주도로 내부 운영 실태에 대한 자율 점검을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1차 개선 조치에 착수했다. 점검 결과,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동일 업체와의 반복 계약(총 11건, 약 21억 원 규모), 법률 검토 없이 진행된 수의계약, 입찰 평가표의 검수 미비 등이 확인됐으며, 공사 이행 과정에서는 문서 없이 구두 보고에 의존한 사례도 있었다. 외부 평가위원 위촉 시 자격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위원 구성이 자의적으로 이뤄졌던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한음저협은 법적 검토 절차 도입, 평가·검수 체계 정비, 평가위원 구성 기준 명문화, 공사 이행 기록 의무화 등을 통해 계약 관련 제도 전반을 체계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홍보비 집행 내역에 대한 점검 결과에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확인됐다. 최근 3년간 총 904건의 홍보비 집행 중, 특정 단체 또는 임원 관련 수혜자에게 반복적으로 지급된 사례가 69건, 행사 실체가 불분명한 증빙자료가 제출된 사례가 9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음저협은 홍보비 사전 심의 절차 도입, 지급 기준 및 증빙 요건 정비, 반복 수혜 제한, 결과보고서 및 정산서 제출 의무화 등을 포함한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 정회원이 자녀가 소속된 부서의 상급자에게 수차례 전화해 특정 업무 조정을 요구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로 인해 동료 직원이 해당 업무를 대체 처리하는 일이 발생하며 내부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음저협은 이 같은 사례가 조직의 공정성과 신뢰를 해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향후 유사 행위 방지를 위한 인사 규정 및 윤리강령 개정에 착수한 상태다.
한음저협 경영진단실 박용준 실장은 “이번 자율 점검은 한음저협이 스스로의 운영 원칙과 책임을 재정립하려는 자정 노력의 일환”이라며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절차와 규정 준수가 미흡했던 사례가 확인되어, 관련자에 대한 징계 권고 절차를 진행 중이며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기관에 준하는 투명성과 사기업에 준하는 효율성 바탕으로, 창작자 권익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더욱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음저협은 앞으로도 정기적인 자체 진단과 제도 개선을 통해 공정하고 신뢰받는 조직 문화를 조성하고, 음악 생태계 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