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도 채 안 된 11일 현재 미국의 대중 평균 관세율은 45% 수준이다. 올 초 평균 약 25%의 관세율이 적용됐는데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전 품목에 대한 20% 추가 관세가 더해진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60% 선에 육박할 태세다. 일부 영향도 감지된다. 중국의 올해 1~2월 대미 수출은 2024년 1~2월과 비교할 때 약 2.3%가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율 7.1%와 비교할 때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다.
중국은 10일부터 미국산 농축산물 등 특정 품목을 대상으로 10~1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일부 미국 기업에 전략물품 수출 통제 제재를 가하는 ‘표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달 보복 때와 마찬가지로 전면적인 무역전쟁 대신 미국에 대화를 요구하면서 수위를 조절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왜 이런 대응을 할까.
독해진 2기 트럼프 스톰에 맞서
내수 부양, 이웃국과 관계 개선
관세전쟁에 따른 동맹 균열 기대
“트럼프 임기 4년 견디겠다는 것”
중국, 수위 조절하며 표적 대응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달 열린 민영기업 좌담회에서 ‘동풍(東風)이 서풍(西風)을 압도한다’는 마오쩌둥(毛澤東)의 1957년 모스크바 세계공산당 발언을 변형해 “장기적으로 동풍이 서풍에 우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풍은 중국식 사회주의, 서풍은 서구의 자본주의를 가리킨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지난 7일 양회(兩會)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미국은 이 별에 오래 존재할 것이고, 따라서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오래’라는 표현에서 감지되는 중국의 대응 기조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장기전’으로 본다는 점이다.
중국의 대응 방안 중 최근까지 눈에 띄는 대목은 대략 세 가지다. 먼저 강력한 국내 경기부양이다. 지난 5일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중국은 올해 10대 과제 중 첫 번째 과제로 내수를 올렸다. 지난해엔 세 번째였다. 구체적으로 3000억 위안(약 60조원) 규모의 초장기 특별 국채 발행 자금을 소비재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의 신제품 교체를 지원하는 정책)에 쓰고, 중앙정부 예산 7350억 위안(약 147조원)을 국내 투자에 쓰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올해 재정 적자율 목표를 역대 최대인 국내총생산(GDP)의 4%(약 1122조원)로 높였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직후 이미 지방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중앙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느슨한 통화정책을 추진해왔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지난달 좌담회에서 중국 내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2021년 자신이 내세웠던 공동부유(共同富裕·함께 부유해지자) 정책을 수정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민영기업가가 먼저 부유해진 뒤 공동의 부유를 촉진하라”(先富促共富)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울타리 수리’ 전략, 인도·일본과 협력

중국은 이웃 국가와의 적극적인 긴장 관계 해소에 나섰다. 강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 ‘울타리를 먼저 수리하는(mending fence)’ 작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와 일본이다. 지난해 12월 중국과 인도는 2020년 군사 충돌 이후 긴장이 고조됐던 히말라야 국경지대의 평화 유지를 위한 6개 항에 전격 합의했다. 지난 1월엔 5년 만의 직항기 운항 재개와 비자 발급 간소화도 발표했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인 일본에도 손을 내밀었는데, 지난해 9월 기존 강경 입장을 변경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단행됐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점진적으로 해제하겠다고 했다. 11월엔 일본 방문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 허용, 12월 중·일 외교장관회담 개최, 올 1월 자민당과의 교류 재개 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중국은 한·중·일 3국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3국은 이달 중 일본 도쿄에서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올해 일본에서 3국 정상회의가 열릴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미국의 ‘뒷문’ 국가와 밀착 강화

중국은 트럼프 1기 때 미국시장에 우회 접근할 수 있는 ‘뒷문(backdoor)’을 제공한 국가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비록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들 ‘뒷문’ 국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은 밀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리창 총리는 지난 5일 전인대 보고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협력 기조를 작년 ‘강화’에서 올해 ‘중점 프로젝트 추진’으로 높였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아시아,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투자를 집중해왔다. 대표적인 국가는 멕시코, 브라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주로 남반구 등에 위치한 신흥개도국)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서 피해를 본 국가가 향후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활로를 찾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얀쉐통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소 명예원장은 한 기고문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힘과 관용에 편승해온 동맹국을 질책하고 있다”며 “유럽과 동아시아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은 이제 중국과 미국 간 헤지(위험 분산) 전략의 장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미국 리더십에 피해 줄 것”
이런 움직임은 당장의 폭풍을 피하면서 중장기적 성과를 내기 위한 중국의 행보다. 트럼프의 임기는 2029년 1월 종료된다. 세 번째 연임 중인 시진핑의 임기는 2027년이지만 네 번째 연임(2032년까지 집권)도 예고한 상태다. 시간은 중국 편이란 얘기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의 윤선 중국담당 디렉터는 지난 2월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중국은 트럼프 4년 임기 동안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겠지만, 본격적인 위기에 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2기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의 신뢰도와 세계적 리더십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미국을 대체할 중국의 부상을 종종 ‘1세기 동안 보지 못한 변화’라고 설명한다”며 “이에 따라 현재 중국의 최우선 과제는 트럼프발 스톰을 견뎌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