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 속 석유화학 업계를 지원하는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전기료 지원 조항은 정부 반대로 빠지면서 구조조정에 나선 석화 업계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대신 정부는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등을 활용한 간접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 특별법안(석화지원특별법)’을 가결했다. 석화지원특별법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기간을 단축하고, 구조조정 추진 기업뿐 아니라 준비 기업까지 경쟁사 간 정보 교환 및 공동행위를 장관 승인 아래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또 사업 재편에 대한 세제 지원 근거도 마련했다.
다만 기존 의원안에 담겨 있던 전기요금 지원 방안은 최종안에서 빠졌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과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석화지원특별법은 ‘석유화학사업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기요금을 감면하거나 보조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기후에너지환경부·산업통상부 등 관계 부처의 반대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논의를 거쳐 최종 삭제됐다.
지난 19일 열린 산자위 소위 회의록을 살펴보니 정부 측의 구체적인 입장이 확인됐다. 정부는 ▶특정 산업만 감면할 경우 조선·배터리 등 다른 산업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산업 분야별로 요금 보조를 통해 전기요금을 다르게 하면 가격 기능이 왜곡될 우려가 있으며 ▶비용이 다른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고 ▶국제무역기구(WTO) 규정 및 보조금 규제 위반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여기에 전기사업법상 전기요금의 결정 주체는 전기판매사업자에게 있고, 기후부 장관은 인가권만 있다는 법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신 정부는 ‘간접 지원’ 방안을 약속했다. 이날 소위에 출석한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전기요금을 직접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지만, 산업부 내부에서 (간접 지원을 위한) 다른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분산에너지 특구는 별도의 전력요금에 대해 논의될 수 있어서, 석화단지와 연계해 전기공급에 대한 배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분산에너지 특구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에 따라 먼 거리에 있는 전기를 송전망을 통해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근처에서 생산한 전기를 전기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구매해 쓸 수 있도록 허용되는 지역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특구 내 기업은 전기요금을 상대적으로 값싸게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정부 방침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석화업계에선 당장의 생존을 위해선 단기적인 전기요금 지원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업계 최초로 충남 대산의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합·감축하는 내용의 사업재편안을 정부에 제출했고, 다른 업계도 이달 말까지 각자의 자구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최근 “미제출 시 각자도생”이라며 올해 안에 자구책을 제출하지 않으면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킨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지원책이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다 보니 업계에선 사업재편 방향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이 3년 새 75.8% 인상되는 등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진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석화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선(先)구조조정 후(後)지원’ 기조다 보니 사업재편을 결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전기요금 감면·지원을 포함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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