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준우(롯데)가 처음으로 너무 밉네요.”
조성환 두산 감독 대행은 8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마친 뒤 “아 마지막으로 이 얘긴 꼭 하고 싶네요”라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조 대행이 이때 씁쓸한 미소와 함께 떠올린 사람은 롯데 ‘주장’ 전준우였다.
둘은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롯데 프랜차이즈 선수 출신의 조 대행은 전준우의 신인 시절부터 성장 과정을 지켜봤다. 전준우는 조성환의 뒤를 잊는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다. 조 대행은 199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8라운드 롯데 지명을 받았고, 2014시즌까지 롯데에서만 뛰다 은퇴했다. 전준우는 2008년 2차 2라운드 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지금까지 뛰고 있다.
두산은 전날 롯데에 4-9로 졌다. 전준우의 활약이 대단했다. 전준우는 이날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올렸다. 두산은 1회말 선취점을 뽑았으나, 2회초 동점을 허용했다. 선두 타자 전준우가 좌중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도루까지 성공해 2루에 안착했고, 상대 팀 포수 양의지의 송구 실책을 틈타 3루까지 진루했다. 전준우는 이후 손호영의 중견수 희생타 때 홈을 밟았다.
롯데는 3회 대거 4점을 도망갔다. 장두성의 적시 3루타, 장두성을 불러들인 고승민의 내야 땅볼로 3-1로 역전한 롯데는 빅터 레이예스의 우전 안타로 만든 2사 1루에서 전준우가 우월 투런포가 터지며 승기를 잡았다.
조 대행은 아끼는 후배인 전준우가 결정적인 상황마다 좋은 활약을 보여준 것이 흐뭇해도 웃을 수 없다. 조 대행은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이승엽 감독을 대신해 지난 주부터 두산을 이끌고 있다. 9위까지 추락한 두산은 돌파구 마련을 고심 중이다. 조 대행 체제에서 2연패 뒤 첫 2연승을 달렸지만, 이날 전준우를 막지 못해 연승이 끊겼다. 조 대행은 “전준우가 처음으로 너무 밉네요”라는 말과 함께 더그아웃을 빠져 나갔다.
하지만 전준우는 롯데에겐 히어로였다. 선두 경쟁을 펼치다 최근 잇따른 주전 선수들의 부상 이탈로 밀려난 롯데는 이날 3연패서 탈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