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군이 지난해 7월 폭염과 장마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매일 13시간씩 전선지역에 병력을 보내 지뢰 매설, 불모지 조성, 방벽 설치 등 '남북 단절' 작업을 지속하는 모습. / 사진=국방부
북한이 최근 유엔군사령부에 비무장지대(DMZ) 일대 방벽 설치 작업 등을 뒤늦게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약 8개월 만에 유엔사 통신선을 활용한 것을 두고 남북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30일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5일 유엔사에 DMZ 일대 방벽 설치와 군사분계선(MDL·휴전선) 철책 설치 작업 등을 통보했다. 유엔사는 한국전쟁을 계기로 다국적 연합국이 설립한 사령부다. 현재 한국에 사령부를 두고 있으며 총 1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4월부터 DMZ 북측 지역과 MDL 인근에 다수의 병력을 투입해 삼중 철책과 대전차 방벽 등을 설치하고 있다. 남북 접적지역 10여곳에 4000~5000명을 투입하기도 했다.
겨울철에는 작업을 잠시 멈췄다가 지난 3~4월부터 작업을 재개했고 최근에는 남북 접적지역 5~6곳에 약 1000명을 투입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대령)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은 지난주 후반부터 접적 지역에서 작업을 재개했고, 하루에 1000명 이상의 인원이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우리 군은 북한군의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MDL 침범의 경우에는 원칙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참의 원칙과 관련해선 "(MDL 침범시) 경고 방송, 그 다음에는 경고 사격이고 그 다음에는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월 북한군 약 10명이 MDL 이남을 침투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갔는데, 북한이 이처럼 MDL을 남하할 경우 동일한 대응을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북한군의 철책·방벽 작업은 2023년 12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공언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른 후속조치로 보인다.
이 조치에 따라 북한은 지난해 10월 경의선·동해선에 위치한 남북 연결 도로 등을 폭파했다. 당시 북한군은 유엔사에 관련 계획을 통보해지만 그 이후로는 유엔사-북한군 통신선을 활용하지 않았다. 북한은 서해와 동해에서 표류하다 우리 군에 의해 구조된 자국 주민들의 송환 관련 통신도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약 8개월 만에 유엔사와 소통을 재개한 것은 우리와 소통을 재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 등도 나온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현재 (북한의) 의도를 예단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북한의 유엔사 통보는) 의미 있는 메시지라고 분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엔사 측은 최근 북한군의 작업 통보와 관련해 구체적 사실은 확인하지 않으면서도 "사전 통보는 오해와 판단 착오의 위험을 낮추는 데 유용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