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마들린호’ 한국지부 공식 출범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 한국 정부 비판
“팔레스타인 해방, 우리 자신의 해방과 연결돼”

지중해 동쪽 끝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로 가려는 해초(활동명·26)에게 사람들은 물었다. 왜 잡힐 것을 알면서도 무모하게 배에 올라타냐고. 해초는 답했다. 그곳으로 ‘항해하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학살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해초는 지난 9월 ‘알라 알 나자르’호에 몸을 싣고 이탈리아에서 가자로 출발했다. 알라 나자르호의 이름은 지난 5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자녀 9명을 잃은 팔레스타인 의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알라 알 나자르호를 포함한 가자지구 구호선단은 지난 10월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 해초는 이스라엘 감옥에 구금됐다가 이틀만에 풀려났다.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해온 단체들은 지난 9일 ‘가자로 가는 천개의 마들린호(TMTG)’ 한국지부를 공식 출범했다. TMTG는 항해를 통해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에 대항하는 국제연합으로, 전 세계 20여개국에서 대표단이 활동 중이다. 이날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TMTG에 참여한 해초와 나민(활동명·25)을 만났다.
제주 강정과 일본, 대만의 군사 관련 지역을 무동력 세일링 요트로 항해했던 해초는 자연스럽게 고립된 땅인 가자지구에 눈길이 갔다. 그렇게 그는 지난 9월 말 20여 개국의 70여 명이 탄 9척의 배 중 하나에 올라탔다. 가자지구 구호선단에 탑승한 첫 한국인이었다. 해초는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역사를 세계가 믿도록 만들려는데, 이에 대항해 봉쇄된 곳에 존재하러 가는 것 자체가 잘못을 알리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초는 출발 전부터 나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 10년간 가자지구에 배를 댄 사례는 없었다. 이스라엘군은 밤마다 드론을 보내 해초가 탄 배를 감시했다. 항해 11일째인 지난 10월8일, 이스라엘군이 배로 들이닥쳤다. 해초는 이틀을 감옥에서 지냈다. 그는 “나포와 추방의 과정이 비교적 빨리 진행됐다”며 “당시 이스라엘이 미국 트럼프 정부와 휴전 협정을 맺으면서 이 문제를 이슈화하지 않고 얼른 끝내려는 전략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동료들과 수십 번 ‘나포 시뮬레이션’을 연습했지만 군이 들이닥치자 본능적으로 몸이 떨렸다. 해초는 최대한 침묵을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저항은 이어갔다. 이스라엘군이 동료 중 한 명을 구타하자 다 함께 문을 두드렸다. 해초는 “항복 자세를 취할 때도 나는 여기에 저항감을 가지고 있음을 눈을 통해서 표현했다”면서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계속 자각하면서 저항을 이어가려 했다”고 말했다.

해초와 나민은 내년 봄 또 한 번 ‘무모한 행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내년 봄 TMTG는 배 100척 이상을 가자로 출발시킬 계획이다. 해초는 내년 봄 ‘한국 배 1척 출항’을 목표로 TMTG 한국지부 만들기에 참여했다. 해초는 “물리적으론 멀지만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는 이스라엘과 긴밀한 협력을 하는 국가 중 하나가 한국”이라며 “한국이 어떤 일에 가담하는지 지켜보고 비판하는 것이 한국 시민들의 책임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고 이스라엘을 저지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침묵하는 점을 비판한다.
바닷길을 통해, 봉쇄된 땅으로 전쟁 반대의 목소리가 전해지는 것, 바다 위를 항해하며 우리가 서 있는 땅은 어디고 다른 땅의 그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하는 것. 두 사람은 이것이 항해 운동의 의미라고 본다. 나민은 “평범한 사람들이 따로 있을 땐 서로 어떻게 연결돼있는지 자각하기 어렵지만 항해를 함으로써 바다 너머에 어떤 땅이 있고, 우리는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를 직접 타지 않아도 TMTG의 항해 운동에 함께 할 수 있다. TMTG 한국지부에선 내년 봄까지 배 출항을 위한 2000만원을 모금한다. 글쓰기·악기 연주·정보 검색 등 다양한 기술로 자원활동에 참여하는 인원도 모집하고 있다. 나민은 “항해 운동은 자본주의나 세계 전체의 모순된 체제와 맞서는 운동”이라며 “팔레스타인 해방은 결국 우리 자신의 해방과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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