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표정한 얼굴로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지하철의 남자. 그가 입은 녹색 옷, 앉은 빨간 의자와 보라색 실내까지 온통 원색으로 경쾌한데도 화면을 지배하는 정서는 쓸쓸함이다. 건너편 지하철의 금발 인물들까지, 눈 맞추는 이 하나 없다. 서용선(74)의 근작 ‘브루클린 ⓝ5’다.
도시인의 공허함은 에드워드 호퍼만의 정서가 아니다. 서울 북촌로 피비갤러리에서다음 달 13일까지 ‘서용선: 도시와 사람들’이 열린다. 서용선은 역사 화가다. 지난 40여년 간 6.25를 비롯한 한국 근현대사, 지리산 풍경, 자화상 등 여러 갈래 주제를 자기만의 화법으로 풀어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내년 7월 31일까지 열리는 미술은행 20주년 기념전 ‘돌아온 미래: 형태와 생각의 발현’에도 그의 초기작 ‘소나무’(1983)가 나와 있다.

그가 집착하는 주제는 도시와 사람. 나고 자란 서울이 변화되는 시간과 과정, 베를린 거리, 베이징의 버스, 뉴욕의 지하철 안에서 만난 도시인의 모습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관찰해 왔다. 특히 1992년 첫 방문 이후 올 초까지 25번 뉴욕을 오가며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이 용광로처럼 서로 섞이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연작을 발표했다.
도시는 그저 그림의 배경에 그치는 게 아니다. 서용선은 각 도시에 단기 거주하면서 대중교통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을 관찰한다. 거칠고 단순한 선은 일상의 반복을 통해 몸으로 밀고 나가는 인식의 풍경이요, 서용선의 도시 역사화를 이룬다.
서용선은 서울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 졸업 후 교수로 재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2009), 이중섭미술상(2014)을 받았다. 아트선재센터(2023년 서울), 미즈마 갤러리(2019년 뉴욕), 아르코미술관(2016년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다음 달 13일까지,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