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일부 판사들에게 신변 위협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급기야 미 사법부와 민주당에서 독자적으로 경호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3월 초 비공개로 열린 연방사법회의(Judicial Conference)에서 각급 법원 별로 독자적인 경호팀을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이 회의는 연방 사법부의 정책 결정 기능을 갖고 있다.
당시 회의에선 ‘피자 테러’ 등 최근 발생하고 있는 판사들에 대한 위협 사례들이 보고됐다. 일부 판사들의 자택에 주문하지도 않은 피자가 지속적으로 배달돼 당국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당신이 어디 사는지 알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일종의 협박이어서 당사자들의 두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WSJ는 “트럼프의 주요 정책들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그의 지지자들은 판사들을 주요 장애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사건들의 배후로 트럼프 지지자들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을 무효화한 판사 집에는 누군가의 허위 신고로 경찰 특수기동대(SWAT)가 출동하는 일도 벌어졌다.
현재 약 2700여명에 이르는 연방 판사들은 법무부 산하 연방보안청의 보호를 받는다. 당시 사법회의에선 이같은 조직 체계를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판사에 대한 보호 임무를 중단하라고 보복성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판사들은 대안으로 자체 경호 조직을 지휘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중순 제임스 보즈버그 판사가 베네수엘라 이민자 추방 중단 명령을 내리자 “탄핵돼야 할 비열한 판사”라며 직접 해당 판사의 탄핵을 주장했다. 이른바 ‘좌표 찍기’를 한 셈이다.
사법부 내에선 이에 호응하는 강성 트럼프 지지층의 위협 행위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전직 판사는 신문에 “판사에 대한 분노를 조장하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이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토로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4개월 간 소셜미디어(SNS)에 노출된 판사의 자택 주소가 수백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일각에선 연방보안청 수장을 아예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소속 코리 부커(뉴저지주) 상원의원은 지난 22일 해당 법안을 발의하며 “트럼프는 법, 법원 명령, 판사들의 안전, 법원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과 행동을 통해 충분히 분명히 했기 때문에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WSJ는 “연방보안청을 사법부 소속으로 옮기는 것은 복잡하고 정치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일부 판사들이 경호 중단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은 사법부와 행정부 간 관계가 심각하게 긴장돼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법부 일각의 이같은 논의에 “연방보안관은 연방 판사의 안전과 보안을 계속 보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