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저소득층이 복권 구입 비용을 30%가량 줄일 동안 고소득층은 20% 이상 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저소득층이 복권을 더 구매한다’는 인식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이다.
17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1분기 복권을 구매한 가구의 평균 구입비는 전년(7320원)보다 4.9% 증가한 7683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복권 구매 가구 비중은 10.7%로 전년 동기(10.1%)보다 0.6%포인트(p) 증가했다.
소득 수준별로 살펴보면 3분위(소득 상위 40~60%)의 복권 구입비가 9589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소득 상위 20%인 5분위(9208원), 2분위(7140원), 4분위(6704원) 순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는 4252원으로 가장 적었다.
증가율로 보면 소득 수준에 따른 복권 구입 양극화가 보다 뚜렷하게 나타난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5분위가 20.4%, 4분위 13.5%, 3분위 9.5% 순으로 높았다. 소득이 많을수록 복권 구입에 더 큰 비용을 지출한 것이다. 반면 1분위는 전년보다 32.1%, 2분위는 7.8% 각각 감소했다. 저소득층은 생계 부담으로 복권 구매조차 줄인 셈이다.
이는 복권이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으로 통상 저소득층의 구매가 많다는 통념과 상반된다. 전문가들은 미래 경기 비관 심리와 함께 월급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집값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소득층의 복권 구입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은 경제 상황이 답답하고, 미래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저소득층은 복권 구매조차 부담이 될 정도로 여건이 악화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소득층의 복권 구매 증가에는 집값 상승 영향도 작용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소득만으로는 자가 마련 등 자산 증식이 어려운 만큼 '한탕주의'에 기대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복권 판매액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7조 3348억 원으로 처음 7조 원을 돌파했다. 전년(6조 7507억 원)보다 8.6%, 2015년(3조 5550억 원)보다 106.3%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로또 판매액은 지난해 5조 6562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