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 마디’에…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vs 韓 ‘핵잠재력 확보’[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2025-01-2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첫날인 1월 20일(현지 시간)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로 지칭한 가운데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찾아 우라늄 농축기지를 둘러보고 비약적인 성과를 낼 것을 지시했다는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신문은 당시 김정은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 지도하며 핵탄 생산 및 현행 핵물질 생산 실태를 점검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늘리기 위한 전망계획에 대한 중요 과업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현지에서 우라늄농축기지 조종실을 돌아보고 생산공정의 운영 실태를 점검한 김정은은 “모든 계통 요소를 자체의 힘과 기술로 연구개발 도입해 핵물질 생산을 줄기차게 벌여나가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이 김정은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시찰한 내용과 사진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뉘앙스로 받아 들여져 국내에서는 다시금 자체 ‘핵무장론’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른 쪽에서는 미국이 북핵을 현실적으로 인정한다면 한국도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핵 관련 능력을 갖추는 ‘핵잠재력 확보론’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현재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한반도의 비핵화가 필요하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미국의 기조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관리·축소로 바뀔 경우 ‘핵 군축 또는 동결’과 같은 ‘스몰딜’을 추진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미국과 새로운 ‘딜’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카드를 포기하고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이나 ‘핵잠재력 확보론’ 등 국익을 챙기는 방향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대로 한국의 핵보유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뒤엎는 위험한 옵션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핵보유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공인된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대 ‘핵무기 국가’(Nuclear weapon state)와 함께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과 같은 실질적으로 핵을 가진 비공인 핵보유국을 포함한 개념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고 표현한 의미는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 대통령으로서 자국민 보호를 위한 협상에 나서 수밖에 없고, 협상의 가장 중요한 대목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에 도달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 핵심 목표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판단한다면 한국을 빼고 북미 간 직접 협상을 통한 북한의 군비통제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전술핵 운용은 미국의 협상 대상에서 벗어날 여지가 크다. 게다가 이 협상에서 북한은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도 이끌어내려고 할 것이다.

우려가 현실화 된다면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북한 핵무기는 되고, 남한 핵무기는 안되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핵의 위협에서 벗어나 남북 핵 균형 정책을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비대칭 전력’인 북핵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공유, 자체 핵무장, 핵잠재력 확보 등이 거론된다.

한국의 의지와 상관 없이 현재 미국 내에서는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와 나토식 핵공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발로는 미 의회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과 행정부 주요 직책을 충성파 인물들로 채웠지만, 입법화를 통해 자신의 정치 철학을 완수하려면 의회, 여당인 공화당의 뒷받침이 필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즉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 보다는 미국의 통제를 받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미 의회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은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원장과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이 꼽힌다. 두 사람 모두 실제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매파 인사들이다.

공화당의 대표적인 외교통인 리시 위원장은 최근에는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 의원도 지난해 12월 15일(현지 시간) ‘군비 통제와 억제력의 미래’ 청문회에서 “핵무기의 동아시아 복귀 옵션 모색을 금기시해선 안 된다”며 “우리는 동아시아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핵무기를 이 지역에 재배치하기 위한 옵션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반도 확장 억제 강화를 위해 한미 간 군사 협력을 재정비하는 내용의 ‘대중 경쟁 법안’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리시 위원장은 외교위 공화당 간사 시절부터 한국 등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도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해왔다.

공군 예비역 중령 출신인 위커 군사위원장 역시 적극적인 대외 개입을 중시하는 공화당 주류파다. 지난해 의회 연설에서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와 함께 핵 부담 공유 협정을 논의해야 한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무기 재배치 필요성을 주장했다.

공화당 군사위 간사 시절에도 “북한의 핵 개발을 막을 외교적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며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 등 ‘새로운 옵션’을 담으려고 했다. 이 시도가 법안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또 다른 핵심 포인트인 하원의 브라이언 매스트 외교위원장도 12년간 육군에서 복무한 참전용사 출신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하는 ‘힘에 의한 평화’ 예찬론자다. 부친이 주한미군 출신인 그는 북한을 ‘악당 국가’라고 부르며 적대적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대북 강경 노선을 공유하고 있는 미 의회 인사들이 여럿이지만, 이들이 공통점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용인하진 않는 분위기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리시, 위커 위원장의 발언은 중국과 북한을 압박하려는 용도로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기보다는 ‘당근’을 제시하며 통제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마디에 한국 자체 핵무장론 주장이 거세지고 있지만 미국 내부의 반대 기류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인식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당장 북한은 2022년부터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을 휴전선 근처의 전방에 배치해 남한을 핵으로 공격하는 연습까지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핵추진잠수함,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무기 고도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전술핵으로 남한의 지방 도시를 폐허로 만들어도 미국이 핵 보복에 나서지 않을 수 있어 미국의 핵우산 제공은 도움이 안돼 유사시에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해법인 자체 핵무장론 주장이 더 타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인 즉 미국의 핵보복에 나서면 북한도 ICBM으로 미국 본토를 핵으로 공격해 수십만명 또는 수백만 명이 죽을 수 있는 상황을 초래될 수 있어 핵보복에 나서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 대안으로 핵잠재력 확보론에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유사시 언제든 핵무기를 제조할 기반을 갖추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자체 핵무장이 불가능한 한국이 NPT를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다.

한국이 핵잠재력을 확보하려면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한 뒤 우라늄 고농축 기술 등을 발전시켜야 한다. 현재는 해당 협정에 따라 우라늄 20% 이하 저농축만 가능하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불가능하다. 일본은 1988년 미국의 재처리 금지 방침에서 예외를 인정받아 비핵보유국 중 유일하게 플루토늄을 쌓아 놓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北핵보유국’ 한마디에 다시금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확장억제 강화론을 일관되게 펼치며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또는 나토식 핵 공유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었던 것과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한반도 또는 한국의 핵무장 관련한 정책에 변화는 불가피해 보이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7월 미국 내 주요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핵무기 보관시설을 운영하는 방안을 양국 정부가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미 브루킹스연구소도 최근 한 국제콘퍼런스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핵 공유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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