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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프로축구 리그 라리가의 하비에르 테바스 회장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고발했다. 테바스 회장은 2024년 2월 27일(한국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 비즈니스 오브 풋볼 서밋에서 맨시티가 아랍에미리트(UAE) 정부 관련 자금을 불법적으로 활용하면서 재정 규제를 교묘히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맨시티, 엔론 사태와 유사한 회계 속임수 사용”
테바스 회장은 “2023년 여름 맨시티를 EU 집행위원회에 고발했으며, 현재 이 사안은 ‘조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조사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테바스의 주장에 따르면, 맨시티는 구단 재무제표에 모든 비용을 기록하지 않고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맨시티의 모회사인 시티 풋볼 그룹(CFG)의 공식 소유 구조에 포함되지 않은 UAE 내 별도 회사들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별도 회사들이 실제 발생한 높은 비용을 자신들의 장부에 기록하고, 맨시티에는 실제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서비스를 청구함으로써 맨시티의 재무제표상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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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맨시티는 시티 풋볼 그룹 구조 외부에 수많은 회사를 두고 있다. 이 별도 회사들에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 이 회사들이 손실을 떠안고 구단 자체는 손실을 보지 않는 구조다. 우리는 이에 대한 사실과 수치를 가지고 EU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테바스는 이런 행태를 미국의 대형 에너지 기업 엔론의 회계 부정 스캔들에 비유했다. 그는 “미국의 엔론 사건을 기억하나. 엔론은 손실을 다른 회사들에 분산시켰다. 맨시티의 경우도 이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스카우팅·마케팅 비용 은폐 의혹
테바스 회장은 맨시티가 주로 스카우팅과 마케팅 분야에서 이러한 수법을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맨시티는 별도의 스카우팅 회사, 마케팅 회사를 두고 있다. 이 회사들에서 매우 높은 비용이 발생하지만, 맨시티에는 실제보다 적은 금액을 청구한다. 결과적으로 맨시티는 이러한 주변 회사들이 없었다면 발생했을 비용보다 더 적은 비용을 기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고발은 2023년 7월 12일부터 시행된 외국 보조금 규제에 따른 것이다. 이 규정은 EU에 국가 통제 외국 보조금에 대한 조사 권한을 부여한다.
테바스는 “모든 구단이 스포츠적, 재정적 측면에서 동일한 투명성 규칙과 거버넌스를 준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맨시티의 경우 손실을 시티 풋볼 그룹의 공식 일부가 아닌 회사들에 전가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맨시티, UAE 정부 보조금으로 경쟁력 높여”
라리가의 고발 내용에 따르면, 맨시티는 UAE로부터 외국 보조금을 받아 구단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EU 시장 전반에 심각한 왜곡을 초래했다. 이런 외국 보조금 덕분에 맨시티는 정상적인 시장 조건에서는 불가능한 수준의 최고 선수들과 코치들을 영입하고, 공정 시장 가치에 맞지 않는 수준의 스폰서십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라리가는 이로 인해 맨시티가 큰 성과를 냈고, 경쟁 구단들의 영입 능력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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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 측은 이번 테바스의 주장에 대해 공식 논평을 하지 않았지만,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맨시티는 공개된 구단의 회계 자료가 어떤 불법 행위도 없었다는 증거라고 강조한다.
테바스는 2022년에도 맨시티를 ‘국가 구단’이라고 지칭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그는 구단의 ‘불규칙한 자금 조달’을 유럽축구연맹(UEFA)에 고발했다. 이는 시장 가치에 맞지 않는 과대평가된 스폰서십 계약과 불투명한 재정 운영을 뜻하는 표현이다.
한편, 맨시티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재정 규정 위반 혐의 115건과 관련한 청문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맨시티는 대규모 승점 감점이나 강등 등의 심각한 처벌에 직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