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2024년 ‘솽스이’(雙十一·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이하 광군제)가 막을 내렸다. 매년 11월 11일을 중심으로 열리는 이 거대한 쇼핑 축제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시대의 흐름을 살피는 중요한 창구가 되어 왔다. 올해로 16회를 맞은 2024 광군제는 어땠을까, 달라진 트렌드를 살펴봤다.
‘조용해진’ 광군제, 데이터는 ‘뜨겁다’?
최근 몇 년간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많은 이들이 ‘광군제가 점점 썰렁해진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대대적으로 열렸던 티몰(T-mall·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광군제 전야제가 올해는 아예 열리지 않은 것이 그 증거다. 그러나 체감과는 달리, 통계는 오히려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에 따르면, 광군제에 지출을 늘릴 의향이 있다는 소비자 비율이 최근 3년간 75%에서 23%로 급감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상황은 다르다. 싱투 데이터(星圖數據) 통계에 따르면 올해 광군제의 전자상거래 총 거래액은 1조 4400억 위안(약 269조 82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6.6% 증가했다.
플랫폼 확장과 소비 분산
이번 광군제에서 주목할 점은 참여 플랫폼과 소비 주체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는 비리비리(嗶哩嗶哩·중국의 동영상 사이트)와 샤오훙수(小紅書·중국판 인스타그램) 같이 이커머스에 뒤늦게 진입한 플랫폼들이 두각을 드러냈다. 비리비리의 거래량은 전년 대비 251% 증가했으며, 샤오훙수에서는 거래액 1000만 위안(약 19억 2700만 원)을 돌파한 상점이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또한, 올해 광군제는 예년보다 10일가량 일찍 시작되어 소비 기간도 길었다. 여기에 빠르게 성장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跨境電商)도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베이징 세관 집계에 따르면, 광군제 기간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통한 수출입 거래는 60만 건을 넘겼으며, 총 거래액은 8500만 위안(약 163억 9400만 원)을 초과했다고 한다. 항저우(杭州)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종합시범구의 경우, 광군제 첫 번째 대규모 프로모션 기간 수입 택배 거래액이 3억 위안(약 578억 8800만 원)을 넘었으며 닝보(寧波·중국 저장성 해안에 있는 항구 도시)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기업들은 광군제 기간 총매출액이 41억 위안(약 7911억 3600만 원)을 초과했다.
그 이유는 광군제의 두 가지 속성 때문이다.
바로 ‘소비’와 ‘의미’다.
소비의 관점에서 보면, ‘광군제(11월 11일)’가 주는 부담이 꽤 크다. 요즘 몇 년 동안 사람들은 가성비를 강조하며, 소비 절약에 관한 이야기도 자주 한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더 적은 돈으로 더 실용적인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지다.
광군제가 소비자들에게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가치를 얻을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티몰의 랄프 로렌 매장에서는 거래액이 16억 위안(약 3083억 6800만 원)을 초과했지만, 반품률이 95%에 달한다는 루머가 돌았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한 후 곧바로 반품한 것인데 그 이유는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만약 광군제보다 더 합리적인 쇼핑 채널이 나타난다면 소비자들은 광군제를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광군제가 지닌 두 번째 속성이다. 바로 ‘의미’다.
광군제(光棍節·빛나는 막대기, 솔로의 날)는 싱글 데이를 기념하며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안 좋은 날에도 자신을 돌보자’라는 정서적 위로와 일맥상통한다. 언제든지 공포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외국인은 핼러윈에 볼 때 더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처럼, 언제 먹어도 맛있는 만두를 중국에서는 입동(立鼕)에 먹을 때 더 특별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물건도 언제든지 살 수 있지만 광군제에 사면 묘하게 느낌이 다른 것이다.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고 광군제는 여전히 건재했다. 현대 중국인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반영하는, 쇼핑 행사 이상의 축제로 발전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광군제가 ‘소비 산업’에서 ‘의미 산업’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한 구매를 넘어 브랜드와의 정서적 연결과 참여 경험을 원한다. 이는 기업들이 상품 판매를 넘어 ‘가치’와 ‘의미’를 전달해야 함을 시사한다.
더우인(抖音·중국판 틱톡)의 사례는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더우인은 콘텐트와 광고를 분리 관리하여, 기업들이 단순 광고가 아닌 재미와 의미를 담은 콘텐트를 제작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소비자와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