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반복하고 자꾸 방에 숨는 아빠 “치매일까요?” [건강+]

2025-01-27

명절엔 부모님 유심히 보세요

오랜만에 만났더니 ‘깜빡깜빡’

부모님, 우울증일까 치매일까

#고위공무원 출신의 70대 남성 A씨는 정년퇴직 후 일반 기업에 다시 취업했다. 그런데 최근 회사에서 실수가 잦아졌다. 공직에 오랫동안 일하면서 실수 없이 승승장구하던 그였다. 누구보다 완벽하게 일을 해온 A씨가 사소한 문서 작업을 실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들은 ‘치매’를 의심했다. 대학병원을 찾은 A씨의 진료 결과는 뜻밖이었다. 치매 등 퇴행성뇌질환을 감별하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뇌 검사에서 깨끗하게 나온 것이다. A씨의 병명은 ‘우울증’. 은퇴 후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우울증이 됐고 이게 집중력을 떨어뜨린 것이다.

고령화에 치매를 앓는 노인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우울증 증상과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우울감과 기억력 감퇴 등 증상이 비슷해서다.

세계일보가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뢰해 받은 ‘연도별 치매 환자수 현황’을 보면, 2019년 52만7305명에서 2023년 65만338명으로 5년 만에 10만명 넘게 늘었다.

특히 여성 환자가 두드러지게 많다. 2019년 여성 치매 환자는 38만1565명에서, 2023년 46만5983명으로 크게 뛰었다.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서서히 발병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초기에는 주로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에서 문제를 보이다가, 점점 언어기능과 판단력 등 다른 여러 인지기능의 이상을 동반한다. 이후 결국 모든 일상생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인지기능 저하뿐 아니라 성격변화, 초조행동, 우울증, 망상, 환각, 공격성 증가 등 정신행동 증상이 흔히 동반되며 말기에 이르면 경직, 보행 이상 등의 신경학적 장애 또는 대소변 실금, 감염, 욕창 등 신체적인 합병증까지 나타나게 된다.

치매 증상은 노인 우울증과 흡사해 일반인들이 구분하기 어렵다. 치매에 걸리면 우울감이 동반할 수 있고, 우울증은 기억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준희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 24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연령대가 낮은 우울증 환자는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어르신들은 불안감을 동반한다”며 “대개 이 증상이 소위 ‘화병’이라고 불리는 증상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치매 환자들의 경우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우울증이 걸리면 나타나는 이 화병 증상과 비슷해 전문가가 아니면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다만, 죄책감이나 자살 충동 등 괴로움을 표현하면 대부분 치매가 아닌 우울증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스스로 치매를 걱정하는 경우도 오히려 우울증 가능성이 높다.

치매와 우울증은 증상뿐 아니라 실제 인과 관계도 있다.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 절반이 우울증이고, 우울증이 있을 때 치매 위험도가 83%에서 104%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인이 우울증 진단을 받으면 빠른 치료를 요구받는 이유다.

이 교수는 “햇빛을 보면 우울증과 치매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도 있다”며 “평소 치매와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식이습관과 함께 규칙적인 운동, 취미 생활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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