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서] 세금 안 걷히는 이유, 경기 탓만은 아니다

2025-07-09

우리나라의 세입예산 대비 걷지 못한 세금은 2023년과 2024년 두 해 동안 무려 87조 원에 달했다. 최근 10조 3천억 원의 세입을 감액하는 2차 추경예산이 편성되는 등 금년에도 세수 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세금이 걷히지 않는 이유로 흔히 경기침체 등 경기순환 요인을 지목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경기 사이클의 하강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경제구조의 변화가 세입기반 약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첫째는 인구구조의 변화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본격적으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반면, 고령인구는 빠르게 증가하여 올해부터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인구 축소는 소득세 기반의 약화로 이어지며, 소비 감소를 초래해 부가가치세 세입에도 악영향을 준다. 둘째는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다. 디지털 플랫폼 산업이 확대되며 전통적인 정규직 중심의 고용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1인 창작자, 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 등이 늘어나면서, 원천징수를 통한 안정적 조세징수가 어렵다. 이들은 과세인프라 밖에 놓여 있어 과세누락 가능성도 크다. 셋째는 산업구조의 전환이다. 글로벌 경쟁하에서 국내 제조기업이 생산시설과 수익창출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여 국내 세입기반이 약화된 반면, 세원 이동성이 낮은 서비스산업의 세수 기여도는 높지 않다. 또한, 기업 가치창출의 원천이 점차 생산설비 등 유형자산에서 데이터, 소프트웨어, 브랜드 등 무형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어 전통적 과세체계로는 과세에 어려움이 많다. 특히, 구글 등 해외플랫폼 기업들의 경우 국내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국내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법인세 납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넷째로 부동산 세원의 약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은 그간 주요 세원으로 기능해 왔지만, 최근 거래량 감소와 보유세 완화 정책 등으로 세수 기여도가 크게 줄었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경제사회구조 변화의 반영이다. 경기가 회복되면 조세수입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디지털 경제시대의 변화된 현실에 맞도록 세입구조 개혁을 통한 중장기적 세입확충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AI 등 전략산업 육성, 아동수당 확대 등 대통령 공약의 충실한 이행 못지않게, 지출구조 조정과 세입구조 개혁을 통한 재정건전성 유지도 긴요하다. 경제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사회복지 지출의 증가는 현재 세대에서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된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을 시급히 원상복구해야 한다. 또한, 금융투자소득세, 가상자산 과세 등 자산소득 과세의 정상화를 통해 소득유형별 과세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AI 기반 포괄적 소득파악시스템 구축 및 국가간 조세협력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OECD 등 국제기구의 권고대로 부가가치세 세수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간접세의 역진성은 저소득층 환급 또는 근로장려금 강화 등을 통해 완화할 수 있다.

국가재정은 국민 삶의 기반이며, 조세 기반이 흔들린다는 것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다는 의미다. 이제는 조세정책의 중심축을 ‘순환대응’에서 ‘구조대응’으로 옮겨야 할 때다.

△김명준 전 청장은 국세청 조사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서울시립대 겸임교수, 세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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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안 걷히는 이유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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