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고체연료 엔진 제작 및 시험
‘다탄두’ ICBM 개발 염두에 둔 듯
기존보다 엔진 추력 상향 주장
북한, 시진핑 연설 지지 입장 밝혀

북한이 2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참석을 앞두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전략무기 능력을 과시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 제시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북·중관계 회복의 복선을 깐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의 연구소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탄소섬유 복합재료’의 생산공정과 ‘대출력 미사일 발동기(엔진)’ 생산실태를 파악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탄소섬유 복합재를 이용한 신형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을 제작해 지난 2년간 8차례 걸쳐 지상분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엔진의 동작 신뢰성과 정확성을 검증한 시험 결과를 파악했다. 앞서 북한은 2017년 8월 엔진 제작에 사용하는 탄소섬유 복합재를 연구·개발해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실물로 제작해 시험을 마쳤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문화된 계열생산 토대 구축 문제를 협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신형 엔진의 본격적인 양산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우리 전략미사일 무력의 강화와 능력 확대에서 커다란 변혁을 예고하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탄소섬유 복합재는 철보다 가볍고 강도가 높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엔진의 무게를 줄이고 내구성을 높여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늘리거나, ‘다탄두’를 실을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탄두는 미사일 탄두부에 여러 소형 탄두를 담아 여러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은 이날 신형 엔진의 최대 추진력은 1960kN(킬로뉴턴)이라고 주장했다. 약 200t의 물체를 공중으로 띄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북한이 2022년 12월 고체연료 엔진실험 당시 밝힌 140tf(톤포스·140t을 밀어 올리는 추력)보다 높다.
북한은 그러면서 신형 엔진을 ICBM ‘화성-19형’ 계열과 ‘다음 세대’ ICBM ‘화성-20형’에 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신형 ICBM 화성-20형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개발을 추진하거나 개발 중이라는 점을 암시한 것이다. ICBM은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0월31일 당시 새로운 ICBM인 화성-19형을 시험 발사했는데, 역대 미사일 가운데 가장 높은 고도와 긴 비행시간을 기록했다. 북한은 화성-19형을 두고 “새로운 초강력 공격수단, 최종 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날 행보는 핵탄두를 실어나르는 ICBM의 향상된 능력을 과시하고 이를 더 고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오는 3일 중국 전승절 참석을 앞두고 중국 및 러시아와 대등한 핵보유국의 위상을 주장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아울러 미국을 향해서도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인정을 압박하면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목적도 엿보인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31일에도 군수공장을 찾아 미사일 자동화 생산공정을 점검했는데, 마찬가지로 핵탄두 미사일 생산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편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일 외무성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협력기구(SCO) 연설에서 제시한 ‘전지구관리발기’(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의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는 주권 평등, 국제법 준수, 다자주의 실천, 인민 중심 접근, 실질적 행동 등 5개 원칙으로 구성됐다.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비판하며 대안적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박 부상은 북·중이 오랜 기간 “지배와 예속, 패권과 강권을 반대하는 공동의 입장을 서로 지지해왔다”라며 국제 정의와 공평을 수호하기 위한 북·중의 협력은 앞으로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방북을 앞두고 중국의 입장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양자 회담을 한다면, 이처럼 미국 등 서방에 공동 대응하는 내용이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무역과 관광, 인적 교류 확대, 한반도 및 국제 정세 등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의 방북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